▶ ■ ‘안면이식 수술’ 카르멘 탈레톤의 이야기
▶ 밸런타인스 데이인 지난 2월14일 새벽 1시30분, 카르멘 탈레톤은 그녀의 전원주택을 출발해 흑암 같은 어둠을 뚫고 보스턴의 브리검 앤 위민스 하스피틀로 차를 몰았다. 전날 밤, 카르멘은 자신의 주치의로부터 맞춤한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이제 그녀는 새로운 얼굴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전 남편으로부터 양잿물 테러를 당한 후 6년만의
6년 전 남편에게 양잿물 테러 당해 얼굴 심하게 훼손의사 권유로 고민 끝 수술…“아직은 가면처럼 느껴져”“절망 않고 계속 치료, 새 남자친구와 행복해지고 싶어”
유난히 푸근했던 6년 전 어느 봄날, 그녀의 집으로 들이닥친 전 남편 허버트 로저스(58)는 야구 방망이로 그녀를 무차별 가격한 후 주방 세정제 통에 담아온 공업용 양잿물을 그녀의 얼굴과 몸에 쏟아 부었다.
허버트는 재판에서 유죄를 시인한 후 3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별거 중이던 아내가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다는 생각에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간호사인 탈레톤은 허버트의 공격으로 시력을 거의 잃었고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었다.
눈꺼풀과 윗입술, 왼쪽 귀는 아예 사라졌다. 그나마 형체가 남아 있는 안면의 일부와 몸도 울퉁불퉁한 반흔조직과 이식된 피부로 뒤덮였다. 바라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런 얼굴이었지만 그 모습으로 살아가기는 더 힘들었다.
안면이식 수술에 대한 초반 두려움에서 벗어난 카르멘(45)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수술은 15시간 동안 계속됐다. 수술실에서 나온 카르멘의 얼굴은 퉁퉁 부어오른 초현실주의적인 가면처럼 보였다.
딸의 얼굴에 덧씌워진 기괴하고 낯선 ‘가면’을 처음 본 조앤 반노덴은 그만 졸도할 뻔했다.
매끈하고 주근깨 투성이인 가면은 카르멘의 두피에 꿰매어진 상태였다. 처음 보는 얼굴을 한 딸이 영 어색했지만 귀에 익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조앤은 가면 같은 얼굴이 카르멘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안면이식은 아직도 실험적인 시술이다. 8년 전 프랑스에서 첫 성공을 거둔 후 이제까지 약 20여건의 완전, 혹은 부분적 안면수술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브리검 앤 위민스 하스피틀에서만 다섯 건의 수술이 집도됐다. 이 병원은 이 중 4건의 수술과 관련, 국방부로부터 총 400만달러의 무상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이식수술은 기증자 안면의 동맥과 정맥, 신경과 근육을 수령자의 것과 꼼꼼하게 연결시키는 어려운 작업을 거쳐야 한다. 카르멘의 수술을 담당한 이식외과 과장 보단 포마학 박사는 “이제까지 내가 한 가장 복잡한 수술”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수술만큼이나 환자가 받는 심리적 충격도 파장이 크고 넓다. 신장과 간, 심장과 달리 이식된 안면은 모두가 볼 수 있다. 오랫동안 가까이 알고 지낸 사람의 정체성에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덧붙이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카르멘의 외모는 아직도 변화중이다. 두피는 너무 심한 화상을 입어 상처부위에 머리털이 다시 자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증자의 모발은 이마와 관자놀이 근처에서 자라나는 중이다.
오른쪽 눈은 여전히 감긴 상태이고 왼쪽 눈은 처졌다. 가면 같은 얼굴은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근육이 완전히 재접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새 얼굴은 묘하게도 카르멘도, 기증자도 닮지 않았다. 그러나 수술 후 8개월이 지나자 가면은 카르멘의 한 부분이 되었다. 이제 가족의 꿈속에서도 카르멘은 새 얼굴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카르멘은 아직도 이식받는 얼굴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마치 누군가의 얼굴을 빌려온 것만 같다.
2011년 5월 포마학 박사가 안면이식 수술을 처음 제안했을 때 카르멘은 어릴 때 보았던 ‘트와이라이트 존’(Twilight Zone)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그 드라마에는 마음먹은 대로 다른 사람의 얼굴로 변하는 남성이 등장했다. 그 드라마를 볼 때마다 카르멘은 몸에 소름이 돋곤 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녀는 자신이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주일 동안 안면이식 수술의 손익계산을 해 본 그녀는 포마학 박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수술 후 남은 여생동안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고 이로 인해 감염은 물론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까지 고려한 결정이었다.
수술 전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신체검사와 심리검사를 위해 수차례 병원을 들락거려야 했다. 안면이식 수술을 받기에 적합한 후보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카르멘이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 2012년 12월 그녀는 피아노 교습을 받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카르멘은 흉측하게 변한 자신의 외모에 무심한 척 했다. 그러나 피아노 선생인 셸던 스타인과 첫 눈에 사랑에 빠지면서 일그러진 얼굴을 손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졌다. 안면이식 수술 후 3주 동안 면역체계의 거부반응으로 그녀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3주 후 초반의 고통이 조금씩 물러가면서 뚜렷한 개선세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목의 통증이 사라졌고 6년간 움직이지 못했던 왼쪽 눈꺼풀을 깜빡일 수 있었다. 입술에서 흘러내리던 침의 양도 줄어들었다.
그녀의 담당 의료진은 입술의 감각을 추가로 되찾으면 더 이상 침을 흘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뺨의 감각은 이미 상당부분 회복됐다. 스타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 깔끄러운 그의 가슴털이 느껴진다.
여기까지 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60차례 가까운 수술을 받았고 지난 3월 퇴원 후에도 21번이나 병원을 찾아야 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새 얼굴에 대한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으나 메스꺼움과 통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면역력 저하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그러나 그녀는 긍정적 사고를 잃지 않으려 애쓴다. 기사회생의 기적을 경험한 사람은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카르멘은 회복중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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