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문 스탠포드대의 ‘이색 신입생 환영식’
▶ 수천명 학생들 캠퍼스 내 광장에 모여 선배-새내기 온통 뒤섞여 키스… 키스… 마칭밴드 여학생의 1,000여회가 신기록 행사후엔 플루 등‘전염병 후폭풍’골치도
부모의 품을 떠난 자식은 통제 불능이다. 가시권 안에 있을 때에도 관리가 쉽지 않은 판에 멀찍이 대학 기숙사로 자리를 옮긴 머리통 큰 자녀를‘원격조정’하기란 불가능하다. 물론‘아이’를 부모의 잣대와 틀에 끼워 맞추려드는 식의 무리한 간섭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성인이 되려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은 신입생들이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최소한 1년간 기숙사에서 지낼 것을 요구한다. 그 배경에는 성년의 문턱을 넘어서는 ‘아이’들에게 홀로서기의 훈련을 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부모의 보호막 밖으로 걸어 나간 ‘아이’들은 처음엔 다소 주뼛거리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부모가 채워놓은 보이지 않는 고삐가 풀려나간 사실을 실감하기 무섭게 새로 열린 신천지에서 온 몸으로 독립만세를 부른다.
대학의 전통적인 신입생 환영의식도 그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고딩’의 틀진 의식세계 흔들어댄다.
그런 본보기 가운데 하나가 명문 사립대학 스탠포드의 ‘신입생 환영 키스’다.
수천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떼키스’는 신입생 입학 후 첫 보름달이 뜨는 날 교내 교회인 ‘스탠포드의 메모리얼 처치’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올해는 ‘홈커밍 위크’와 보름이 겹치는 바람에 10월22일로 연기됐다.
올 환영회는 성대하게 치러졌다. 지난달 22일, 스탠포드 중심부인 교회 앞 광장 콰드에 몰린 수천명의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술에 취해 있었고, 일부는 잔뜩 긴장된 상태였다. 다행히도 대부분은 옷을 입고 있었다.
드디어 4학년 남학생이 아직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여대생들이 한데 몰려 서있는 곳으로 어슬렁거리며 다가섰다. “너희들 신입생 맞지? 키스 한 번 해볼까?”스탠포드 밴드가 연주를 하고 거대한 스크린이 영화 속의 키스 명장면을 보여주는 가운데 용감한 여학생 몇이 앞으로 나섰다. 4학년 남학생이 그들과 차례로 입맞춤을 했다.
며칠 후 스탠포드의 또 다른 전통이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왔다. 플루와 전염성 단핵증이 기숙사를 휩쓸었다. ‘키스 질환’이었다.
‘떼키스’는 스탠포드에만 있는 독특한 이벤트다. 대학 측은 서로 다른 학년의 학생들 사이의 집단 키스 파티를 마지못해 승인했다.
‘군중 의학’이라는 것이 있다. 중동지역에서 태어난 새로운 분야다. 하지라고 불리는 연례 성지순례가 만들어낸 것이 군중 의학이다.
많은 사람이 한데 모이다 보면 크건 작건 ‘돌림병’이 돌게 된다. 이걸 막으려는 노력에서 군중 의학이 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선봉장이다. 사우디의 메카로 향하는 수백만명의 순례자들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리야드 정부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군중 의학’에 쏟아 부었다.
스탠포드 대학 측은 숱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떼키스를 불법화하지 못했다. 그 다음 수순은 어쩔 수 없는 지원이었다. 안전하게 행사를 치르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차선책이었다.
바덴 스튜던트 헬스센터 디렉터인 아이라 M. 프리드먼 박사는 그 첫 번째 조치로 키스 파티 참여자들의 자발적 동의를 전제조건으로 삼았다.
신입생들에게 “학교의 전통이니 좋건 싫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쓸데없는 강박감을 털어주려는 의도다.
경구분비 교환의 난장판에 꼭 참가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프리드먼 박사가 밝혔다. ‘경구분비 교환’이란 입안에서 분비된 타액의 교환, 곧 입맞춤을 의미한다.
하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학생회에 신입생들의 키스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사전 동의를 행사지원의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해서 떼키스의 후유증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바덴 스튜던트 헬스센터는 우려되는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플루와 수막구균성수막염 주사를 제공한다.
또 하나의 방화벽은 동아리 감시단이다. 이들은 “동의는 섹시하다”는 슬로건을 써넣은 신호판으로 행사장 주변을 장식하고 ‘질서 유지’에 힘을 쏟는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역할은 기숙사에 거주하는 ‘동급생 건강 교육자’다. 이들은 신입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떼키스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자유지만 만약 감기증상이 있다면 부담 갖지 말고 구경만 하라”고 일러준다.
이들은 안전한 키스법도 가르쳐준다.
첫 번째 충고는 키스 파티장에 나가기 전에 플로싱을 하거나 치솟질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플로싱과 치솟질은 잇몸에 미세한 마모를 일으킨다. 이 상태에서 여러 명과 입을 맞추다보면 세균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행사 당일 콰드에 설치된 테이블에는 구강청정제가 담긴 미니 컵들이 빼곡하게 놓여진다.
키스 난장의 기원은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4학년생들이 신입생들에게 장미꽃다발을 선사한 것이 시초였다. 시작은 장미였지만 나중은 입술이었다.
그 이후 떼키스 파티는 일부 동아리에 의해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러나 1988년 일부 학생회 간부들이 나서 키스 난장을 공식행사로 밀어붙이면서 부활했다. 행사가 중단된 것은 2009년, 돼지 플루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올해 많은 참석자들은 조정경기선수, 펜싱선수, 붉은 머리, 술고래, 쌍둥이, 6피트5인치 이상의 장신, SAT 점수 2,400 이상인 신입생 등 원하는 키스 상대를 적은 빙고판을 들고 나타났다.
떼키스 파티가 끝날 때마다 요란스런 무용담이 나돌곤 한다. 화제의 중심에는 늘 키스 신기록이 세워졌느냐이다. 이제까지의 기록은 1,000여회.
지난 2002년 스탠포드 마칭밴드 여성 마스코트인 ‘트리’가 세운 기록이다.
올해의 남성 트리인 캘빈 스튜디베이커는 파티가 끝난 뒤 “열 명만 더 키스를 하면 신기록”이라며 마지막 호응을 호소했다.
3일 후 그는 566명과 입맞춤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남성 트리로서는 신기록이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공식기록이 없으니 믿을 수도, 못 믿을 수도 없다. 그는 목이 조금 아프지만 기분은 최고라고 말했다. 하룻밤에 600명에 가까운 여성과 키스를 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명문 사립대학교의 키스 난장판. 참 별난 전통의식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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