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긴급진단/비영리단체 운영, 이대로 안된다
▶ 회장·일부 임원들 비공개 독단 운영 감사 시스템 절실
한인사회 대규모 비영리 봉사단체의 하나인‘파바 월드’의 대표가 재정비리 의혹으로 사임하는 사태(본보 12ㆍ13일자 보도)가 불거지면서 일부 한인 비영리단체들의 주먹구구식 재정운영 실태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남가주를 비롯한 미주 한인사회에는 한인 비영리단체가 수백 곳이 존재하는데 이들 중 엄격한 기준과 규정에 따라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들도 많지만, 상당수는 재정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후원금 등이 제대로 정산되지 않는 등 비영리단체에 요구되는 투명한 운영이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파바 월드 사태를 계기로 일부 한인 비영리단체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재정 불투명성 등 주요 난맥상과 문제점, 대책을 긴급진단 시리즈로 짚어본다.
■문제점
현재 한인사회 내 상당수 비영리단체들의 문제는 특정 인사가 전권을 갖고 좌지우지하거나 회장이나 이사장 또는 일부 임원이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명목상 단체들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있다 하더라도 이에 따른 회계보고 책임이나 재정 공개가 제대로 되지 않고 불투명해 실제 주정부에 등록된 수많은 한인 비영리단체 중 매년 제대로 된 세금보고를 하는 곳은 드물 정도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현실이다.
또 많은 단체나 심지어 교회 등에서도 기금모금 행사가 바자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일반인들로부터 후원금을 거둬들이면서도 모인 돈의 용처와 회계 상황 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문제다.
■실태
실제 한인사회에서 제법 알려진 한 여성단체는 회장을 맡은 인사가 그동안 각종 사업기획과 행사진행, 회계관리 등을 총괄하다 단체가 두 개로 갈라지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당시 임기가 만료된 이 단체 회장은 사무국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재정상태와 각종 서류공개를 거부해 이사들의 반발을 샀다.
이 단체 한 임원은 “단체 성격상 외부 후원금을 자주 받았지만 회장이 모든 것을 도맡아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며 “후원금이나 단체 공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묻는 것은 일종의 금기였다”고 고발했다.
LA 한인회관 건물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인사회의 대표적 비영리단체인 한미동포재단의 경우도 특정 인사의 독단과 불투명한 재정운영이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2011~2012년 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김영씨는 약 40만달러에 달하는 예산의 관리와 지출을 거의 혼자서 독단으로 주물렀고, 그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전횡을 부리다 결국 이사회에서 퇴출됐다.
한미동포재단은 김영 전 이사장의 재임기간에 매년 10만달러의 흑자를 내던 재정이 2년 넘게 적자로 추락했고, 김영 전 이사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개인 인쇄업체에 재단 공금 5만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등 재정비리 의혹을 샀다.
■견제ㆍ관리 부재
비영리단체의 이름을 빙자해 각종 후원금 모금에 나선 뒤 흐지부지되는 사례도 흔하다.
올해 위안부 인권유린 문제가 큰 이슈가 되자 한 업체가 비영리단체 이름을 빌어 ‘자선음악회’를 열고 수익금을 위안부 돕기에 전달한다고 했지만 결국 기금 전달이 이뤄지지 않고 후원금 내역도 공개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한인 비영리단체가 주먹구구 운영방식을 벗어나려면 ‘이사회의 상호 견제와 외부 감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소규모 비영리단체라도 이사회가 정관을 준수하고 내부 재정운영 상태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여성 비영리단체 전직 회장은 “무엇보다 단체 이사장이나 회장은 회계업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재정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단체의 존립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규모가 작더라도 1인 운영체제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연방 정부와 주정부로부터 매년 수십만달러 재정지원을 받는 한 비영리단체 대표는 “각종 후원금은 반드시 기록을 남기고 세금보고에 필요한 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며 “이사회가 단체 내부 정관과 운영지침에 따라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