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필리핀에서 쌓아올린 것들을 통째로 다 날렸으니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태풍 하이옌의 최대 피해지역인 필리핀 타클로반에서 현지 한인들이 미군 수송기들을 통한 탈출에 나선 가운데 생지옥 같았던 피해현장을 탈출하는 한인들은 생존의 안도감보다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드리운 표정이었다.
필리핀을 강타한 수퍼태풍 하이옌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필리핀 한인 한명학(66)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한씨는 구호물자 수송을 위해 타클로반 공항에 도착한 공군 수송기편으로 세부로 떠나기 전 죽음을 눈앞에 뒀던 태풍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죽을 고비를 넘기니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면서 태풍이 닥쳐왔을 당시에는 재산을 잃은 것도 걱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태풍예보가 있던 8일 새벽 필리핀인 부인과 여섯 살 된 딸을 타클로반시 인근 안전지대로 미리 대피시킨 뒤 레이테주 둘락타운에 있던 집에 혼자 남아 있었다.
태풍이 오는구나 느꼈던 순간 집채만 한 파도가 한씨를 덮쳤다. 한씨는 물에 휩쓸리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15톤 덤프트럭에 매달렸고 이 과정에서 손과 양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태풍이 지나간 다음에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 나흘을 물 몇 모금에 의지해 버티며 사투를 벌여야 했다.
물이 조금씩 빠지면서 한씨는 나흘 만인 지난 12일 모터사이클을 빌려 타고 겨우 가족과 눈물의 재회를 할 수 있었다.
레이테주에서 10여년 전부터 노래방 기기 대여업을 해 온 한씨는 “물이 빠지고 보니 성한 물건이 하나도 없다”라면서 “어떻게 해서든 이곳을 지키고 싶지만 가족이 불안해 해서 우선 마닐라의 친구 집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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