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시국은‘타살’추정, 다양한 음모론 무성
▶ 3년전 정보국 ‘안가’ 거주 30대 암호전문가 자물쇠 채워진 가방 속 알몸 시신으로 발견 평소‘폐소 기호증’ 집착한 성도착자 주장도
요가 전문가가 스스로 가방 안에 들어가 안에서부터 자물쇠를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한 시범을 보이고 있는 동영상 중 일부 사진.
거레스 윌리엄스
3년 전 영국을 떠들썩하게 했던‘가방 속의 스파이’ 미스터리가 이번 주 사고사로 잠정결론 지어졌다. 지난 13일 런던 경시청은 2010년 8월 자신의 아파트 욕조에서 기이한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된 한 영국 정보요원의 죽음이 스스로의 실수에 의한 사고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태아 모습의 알몸인 채로 자물쇠가 채워진 빨간색 대형 스포츠 백 속에 담겨 부패된 시신으로 발견된 그의 사망을 둘러싼 각종 음모설은 지난 3년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었다.
당시 31세였던 수학자 거레스 윌리엄스는 영국 비밀도청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 소속으로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영국의 스파이 기관 M16에 파견 나와 일하던 암호분석 전문요원이었다.
시신이 발견된 런던시내 그의 아파트는 M16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정보국 ‘안가’로 알려졌었다.
죽은 지 1주일 후 경찰에 의해 발견된 그의 시신은 8월 한여름의 무더위로 상당히 부패한 상태였다. 깨끗하게 정돈된 집안의 욕조 안에 붉은 가방만이 덩그렇게 놓여있었고 마치 스파이 영화 속의 반전처럼 가방 지퍼를 채워 놓은 자물쇠의 열쇠는 가방 안 부패한 시신 밑에 놓여 있었다.
윌리엄스는 가까운 친구도 거의 없이 폐쇄적인 외톨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사후의 윌리엄스 주변은 시끌시끌했다.
정보세계의 비밀스런 단면을 엿보는 호기심이 고조되면서 ‘가방 속의 스파이’ 사건은 뉴스 미디어의 집요한 추적에 따라 전국의 관심 속에 타살과 자살, 탈출곡예 시도 중 사고사 등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각종 음모설에 휩싸인 미스터리로 떠올랐다. (탈출 곡예(escapology)는 몸을 가둔 로프·사슬·상자 등에서 빠져 나오는 묘기로 폐쇄된 공간에서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폐소 기호증을 가진 사람들도 종종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검시 결과는 정확한 사인규명에 실패했다. 2012년 5월 검시관의 사인조사는 타살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경찰은 누군가가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윌리엄스가 혼자서 자기 자신을 가방 속에 가둔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수사를 감독한 런던 경시청의 마틴 휴잇 부국장보는 아무런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서 “많은 의문점이 풀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오랜 수사의 가장 타당한 결론은 “사고”이며 윌리엄스의 사망은 그의 업무와는 무관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윌리엄스의 아파트가 살해 후 증거인멸을 위해 정보당국에 의해 철저하게 청소되었다는 증거도 없으며 집안에 누군가가 강제로 침입했거나 몸싸움을 벌인 흔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람이 가방 속에 들어가 안에서 밖에 자물쇠를 채우는 것이 가능한 가를 경찰이 직접 실험해보지는 않았지만 그 시범을 보이는 동영상은 보았다고 휴잇은 덧붙이기도 했다.
윌리엄스가 왜 그런 시도를 했는가는 확실치 않다. 그의 시신에선 알콜이나, 마약, 독극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욕조 어디에도 그의 지문이 남아있지 않았으며 자물쇠에서도 그의 DNA가 채취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아파트에서 경찰이 발견한 것은 여자 화장품과 긴 머리 가발, 아직 한 번도 입지 않은 여자 옷과 구두 등 수만달러어치에 달하는 고가의 여성용품들이었다. 또 여자 모습으로 부츠만 신은 윌리엄스의 사진과 함께 그가 신체 결박 폐소 기호증 웹사이트에 접속한 증거들도 찾아냈다.
휴잇 부국장보는 “이 케이스를 둘러싼 수많은 상상과 추측, 그리고 기괴한 음모설 등이 있는 것을 안다”면서 경찰의 초동수사가 잘못된 것은 사실이지만 사인 규명 검시 이후 새로운 각도로 수사했으며 그 결과 정보당국의 살해 후 증거 인멸설, 윌리엄스의 여장 스파이 업무설, 자살 등의 가능성은 모두 배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다 실패한 탈출곡예를 윌리엄스도 시도했던 것으로 본다면서 누군가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13일 윌리엄스의 유가족도 성명을 발표했다. “아직도 거레스가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해 확실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당국에 심히 실망한다”고 전제한 성명서는 경찰의 결론보다는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 검시관의 결론이 더 정확한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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