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170명 중 상당수 고령과 질환으로 고사목 될 판
▶ 의료비용 막대… 온정적 조기석방제 있지만 관리 부실
슐킬 연방교도소에는 벤자민 셰어처럼 질환에 시달리는 80세 이상의 복역수들이 170명이나 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런저런 질환과 고령으로 고사목처럼 죽어가고 있다.
그는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검은 나무 지팡이에 의지해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닌다. 손도 사시나무 떨 듯 한다.
가까스로 교도소 면회실에 도착한 그는 무너지듯 의자에 몸을 부린다.
올해 85세. 벤자민 셰어가 그의 이름이다.
2006년 25만달러의 공금을 착복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펜실베니아주 마이너스빌의 슐킬 연방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그는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다. 당뇨와 폐결핵, 골다공증, 고혈압과 관절염이 한데 어우러져 그의 몸을 엉망으로 망가뜨렸다. 엉덩이와 척추는 이미 수리불능 상태다.
입소 전부터 병원도 지긋지긋하게 다녔다. 신장투석 외에 두피 암과 폐 반흔조직에 대한 치료까지 받았다.
전립선은 확대됐고, 아래쪽 이빨의 절반은 자리를 이탈했다. 기억력은 가물가물하다.
누가 보아도 그는 ‘갈참’이다. 나이와 건강상태로 보아 언제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없다.
해군 조달담당 변호사였던 그는 2015년 1월에 만기 출소할 예정이다.
슐킬 연방교도소에는 셰어처럼 질환에 시달리는 80세 이상의 복역수들이 170명이나 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런저런 질환과 고령으로 고사목처럼 죽어가고 있다.
죄 값을 완전히 치르지는 않았지만 건강상태와 나이로 보아 연방 정부의 ‘온정적 조기석방 프로그램’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조기석방을 신청하려면 불치병을 앓고 있거나 나이가 65세 이상이어야 한다.
정부 담당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관해 언급할 때마다 ‘온정’에 방점을 찍으려든다.
하지만 다 알다시피 조기석방 프로그램은 고령 복역수들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의료경비를 줄여보려는 재정적 자구책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건강 관리비는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젊은 죄수들에 비해 평균 2~3배가 비싸다.
그러나 연방 법무부 감사실은 올해 초 발표한 교도행정 백서에서 조기석방 제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84년 의회의 승인을 받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형기를 다 마치지 않은 채 석방된 죄수들의 숫자는 연 20여명 선에 그쳤으나 신청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감사실의 발표가 나온 뒤 에릭 홀더 연방 법무부장관은 온정적 조기석방 절차를 가속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실무그룹 구성을 지시했다.,홀더 법무장관의 지시는 인도주의적인 이유뿐 아니라 예산상의 문제까지 함께 고려한 조치다.
‘휴먼 라이츠 와치’를 비롯, 온정적 조기석방 제도를 옹호하는 그룹들은 이 프로그램이 관료주의적 늪 속에 빠졌고, 교도소장들과 판사들은 아직도 수감자들의 석방을 꺼린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연 62억달러에 달하는 법무부 교도국의 예산은 유지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예산이 불어난 것은 나이든 수감자 인구 증가와 길어진 형량 탓이다.
퓨 채리터블 트러스에 따르면 총 55세 이상의 주 및 연방 교도소 수감자 인구는 2001년에서 2008년 사이에 두 배로 늘어났다.
수감자들의 수가 증가하면 교도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예를 들어 조지아에서 65세 이상 수감자들에 대한 의료비용은 연 평균 8,565달러에 달한다. 이에 비해 65세 미만 수감자들에게 들어가는 의료비는 연 961달러에 불과하다.
슐킬 연방 교도소는 셰어의 수감비용으로 연 6만8,000달러의 혈세를 사용한다. 물론 여기에는 헬스케어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반면 슐킬 교도소의 건강한 수감자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그 절반에 불과하다.
샹태가 악화될 경우 비용은 수천달러가 올라간다.
감사실이 검토한 6년의 시간 동안 8명의 수감자 가운데 한 명 정도가 조기석방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다 교도소에서 숨을 거두었다.
찰스 맥기는 2007년 미시시피에서 아동 포르노와 관련해 기소된 후 20년 형을 복역 중이다. 입소 당시 67세였던 그는 폐렴과 당뇨병을 비롯한 합병증을 앓았다,사지마비를 일으킨 그는 목욕과 배변은 물론 혼자서는 옷조차 갈아입지 못했다.
그의 소원은 죽기 전에 조기 출소하는 것이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지난 4월 교도소 안에서 사망했다.
노스캐롤라이나 교도소 소장이 거부권을 행사한 탓이었다. 교도소장은 그가 사회에 위협이 된다며 조기석방에 반대했다.
홀더의 지시 하에 연방 교도국장인 찰스 사무엘스 주니어는 조기석방 자격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또한 자격 연령을 70세에서 65세로 낮추고 부양가족을 거느린 젊은 수감자들의 조기석방도 검토할 방침이다.
지난해 판사들에게 39건의 조기석방을 요청했던 교정국은 올해에는 52건을 신청했다. 교정국 대변인은 얼마나 많은 요청이 들어왔는지 밝히지 않았다.
셰어는 1985년 해군을 상대로 한 사기혐의에 유죄를 시인하고 3년 보호관찰형을 선고받았다.
교도소 카페테리아에서 넘어진 후 그는 워커 없이는 돌아다니지 못한다.
이제 14개월만 더 버티면 그는 만기 출소한다. 그러나 남은 14개월이 그에겐 영원처럼 느껴진다. 그는 아침을 굶는다. 그의 교도서 방에서 식당까지의 200야드가 너무 길다.
셰어는 매일 잠에서 깰 때마다 똑같은 생각을 한다. “이 교도소에서 나는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그는 오늘도 침대에 앉아 기다린다. 죽음과 조기석방 중 어느 쪽이 먼저 찾아올지, 그저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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