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역에서 20여년 이상 한식당을 경영한 사람으로서 지난 19일자 오피니언 란에 실린 폴 손씨의 ‘요원한 한식의 세계화’란 글을 읽고 가슴 한구석에 씁쓸함과 분노를 느꼈다. 폴 손씨의 글을 요약하자면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퓨전 음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과 한식 세계화를 주도해야 할 사람들이 한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한식당이 청결하지 못해 세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베이지역 한식당 오너들이 참으로 열심을 다하며 위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식당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한식은 참으로 힘든 사업이다. 한식은 옛 어른들 말씀대로 손맛이다. 그 손맛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며, 또 그 손맛을 전수해주고 싶어 후배양성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어떻게 해서든지 한식을 이어가려는 몸부림이다. 폴 손씨가 언급한 퓨전은 한식의 세계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퓨전은 한마디로 족보가 없는 음식이다. 한식 세계화는 반드시 옛 맛을 살려내서 그것을 타민족에게 알리는 일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김치를 먹고,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는 것이 오래도록 한식을 알리는 한식의 세계화이다. 폴 손씨가 롤에 땅콩가루를 뿌려 좋아했다는 말씀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 반대로 땅콩 앨러지가 있어 그런 음식을 거부하는 손님들이 의외로 많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지….
젓가락 문제도 그렇다. 한때 성업했던 H식당은 비싼 나무젓가락 가시에 입술을 다쳤다고 고소당한 후로는 도리어 부드럽고 가격도 저렴한 젓가락으로 교체해 그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메뉴를 정하고 음식 외의 인테리어나 식기 등을 정하는 것은 각 식당마다 각 업주의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한식 세계화를 주도해 나가야 할 사람들이 한식당만 가야 한다는 논조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런 논조라면 이곳에서 고국을 걱정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국산 자동차만 타야 하고 아이폰은 사지 말고 삼성이나 LG 휴대폰만 구입해야 한다는 말인가. 또한 이곳에서 한인들이 한식당만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일식당, 중식당, 미국식당 등 다양한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또 총영사가 기자회견을 한 식당이 한인이 운영하는 일식당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았는지 궁금하다. 손씨의 글은 한인은 앞으로 일식당 경영은 물론 일식당에도 가지 말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해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못한 것 같다. 지금은 옛날과 달리 헬스 인스펙션 점수로 식당등급이 결정된다. 옐로우를 두 번 이상 받으면 그 식당은 당분간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즉 청결하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어느 한식당을 갔는지 몰라도 화장실 손잡이에 손때가 덕지덕지 묻었다는 표현은 참으로 유감이다. 물론 그 식당이 청결하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그 식당의 불청결을 한식당의 전부인 양 표현한 것은 유감이다. 작은 한 부분으로 전체를 매도하는 식의 부정적인 사고는 매우 위험하며 사회에도 유익하지 못하다. 물론 잘못된 점은 당연히 고쳐야 한다. 내가 경영하는 식당만 해도 우선순위가 청결이다. 폴 손씨가 갔던 한식당이 그렇게 더러웠다면 한식당을 하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다. 우리도 손님의 의견에 당연히 귀를 기울인다. 산타클라라 J 식당은 갈 적마다 가슴이 뿌듯하다. 손맛은 다 다르지만 한식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줬다. 한식의 세계화를 진정 원한다면 한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밥 짓고 김치를 만드는 사람이다. 현재 미국 대형 마켓에 김치와 깍두기, 비빔밥과 김치볶음밥, 반찬을 납품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한식 세계화의 한걸음이라 믿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만들고 배달하고 납품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결코 ‘요원한....’ 것만도 아니다. 일식, 중식 및 기타 아시아 음식들이 하루아침에 세계화 대열에 끼어든 것이 아닌 것처럼 마음을 열고 생각을 깊이 하면 요원했던 ‘한식의 세계화’도 앞당겨지리라 믿는다.
그러나 한식 세계화는 한식다운 한식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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