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우리에게 감명을 주는 이유는 이 소설이 인간의 다시 태어남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부자가 그 돈을 어떻게 쓰는 가를 보기 전에는 부자를 칭찬하지 말라’고 했다. 사실 징글벨이 울리는 이 시즌이 누구에게나 ‘메리 크리스마스’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면 더 슬퍼지고 우울해지는 사람들도 있다. 집안에 중병을 앓는 환자가 있는 사람, 아들딸들이 얼굴도 내밀지 않는 독거노인, 12월에 내야할 페이먼트는 많은데 직장에서 조그만 보너스도 못 받는 사람, 배우자를 잃은 사람, 사업에 실패한 사람 등등 우울한 ‘Blue X-Mas’를 맞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쓰여진 1840년대는 산업혁명의 부작용으로 영국에서 심한 빈부의 차이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같은 현상을 우려한 디킨스가 수전노 스크루지 영감을 통해 사회의 명암을 조명한 것이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인간은 가치적 존재이다. 사람의 값어치는 그가 어떤 가치관을 갖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스크루지 영감은 전형적인 자기 중심형 인간이다. 남에게 욕 먹는 것 신경 쓰지 않는다. 돈만 모으면 내 인생의 목표는 달성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돈의 주인이 아니라 돈의 노예로 전락한 것을 깨닫지 못한다. 겉으로는 번쩍거리고 사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비참한 사람들이다. 인간이 두 번 태어난다면 그런 삶도 경험삼아 살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인간은 한번 태어날 뿐이다. 수퍼볼 게임과 같다. 한번 뿐이다. 2회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스크루지 영감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미래라는 시간의 의미다. 인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을 갖는다. 과거는 이미 흘러간 시간이다. 어쩔 수 없다. 현재의 시간도 우물쭈물하는 사이 벌써 지나가 버린다. 과거와 미래의 시간은 자신이 컨트롤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미래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그리는 대로 시간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스크루지의 가난했던 과거, 돈에만 집착한 현재, 그리고 버림받은 미래의 비참한 자신을 미리 보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는데 이 미래 부분을 본 스크루지가 “나도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래의 시간은 자기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미래의 시간의 의미를 읽은 것이 스크루지 재탄생 요건이다.

행복은 물질적 풍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족할 줄 아는 삶에서 이루어진다. 스크루지는 유령의 안내를 받아 가난하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조카 프레드의 가정의 크리스마스 파티 광경을 보면서 행복의 좌표를 읽는다.

요즘 TV에서 크리스마스에 관한 각종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조지 스캇이 스크루지로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롤’은 명화에 속한다. 수전노로서의 그의 감정을 나타내는 얼굴 표정과 참회한 다음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는 순간의 그의 연기는 일품이다. ‘패튼 장군’에서의 연기를 압도한다. 교육적인 면에서도 자녀에게 꼭 보여주어야 할 영화다. 너그러움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의 크기에 의해 모양이 이루어진다. 돈만이 베풂의 단위일 수가 없다. 마음이 있는 한 인간은 누구에게도 베풀 수 있다. ‘주는 자가 복이 있도다’ 라는 사도 바울의 말은 물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음이다. 크리스마스는 마음을 주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