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실서 감염되는 경우 거의 없고 질병 옮기는 것 아닌데 과민반응”
▶ 양호교사협회 건의 받아들여져 기생충협회선“확산 우려”경고
■ 격리정책 폐기 확산에 일부 학부모 반발
네바다주 벽촌의 양호교사인 데보라 폰티어스(55)는 학생들의 머리에서 머릿니와 서캐를 제거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벌써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머릿니와의 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머릿니와 서캐라면 신물이 올라올 정도지만, 그래도 폰티어스는 감염된 학생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정책에 쌍지팡이를 짚고 반대한다. 관련정책이 바뀌기 이전까지 그녀가 소속된 러브락 교육구는 머리에서 이가 발견된 학생들을 가차 없이 귀가 조치했다. 머리에서 이가 발견된 학생은 길게는 몇 주일간 교실로 복귀하지 못했다. 일단 집으로 돌려보내진 학생의 부모는 책임지고 아이의 머리에서 이와 서캐를 완전히‘소탕’해야 했다. 검사 결과 이 한 마리, 서캐 하나라도 발견되면 해당 학생은 또다시 집으로 내쳐졌다.
서캐 박멸에 대한 입증 책임이 부모에게 있는 반면 확인 책임은 양호교사인 폰티어스의 몫이었다. 폰티어스는 스스로를 ‘벌레 탐정’이라고 부른다. 어디서 어떻게 이에 전염됐는지 알아내는 게 그녀의 주된 임무다.
600명에 달하는 퍼싱 카운티 교육구 학생들의 위생상태를 점검하는 수석 간호사인 그녀는 감염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질병통제센터(CDC)와 미 소아과학회 관계자들은 물론 머릿니에 감염된 학생들의 가족과도 인터뷰를 했다.
그 결과 머릿니와 동거하는 학생들의 압도적 다수는 교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감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뭉툭하고 짤막한 다리를 가진 이는 날지도 못하고, 점프도 못한다. 따라서 머릿니는 사람들로 붐비는 좁디 좁은 공간에서 신체적 접촉을 통해 퍼지게 된다.
이론상으로 보면 설사 이가 머리에 둥지를 틀었다 해도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학생을 ‘격리’시켜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
폰티어스는 교육구 책임자들을 설득해 기존의 감염 학생 격리정책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LA 통합교육구가 격리정책을 거둬들였고 다른 교육구들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게 주효했다.
폰티어스를 주축으로 뭉친 전국양호교사협회는 머릿니에 감염된 학생이 계속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정책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 작성은 폰티어스가 주도했다.
전국 각 지역의 상당수 교육구가 양호교사협회의 건의를 일단 수용했지만 전투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머릿니 감염자 격리정책을 폐기하는 학교가 급속히 늘어나자 제일 먼저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학생의 머리에서 이가 발견됐을 때 학교 측이 이같은 사실을 일반 가정통지문을 통해 알리지 않는다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효한 도구를 자진 반납하는 꼴이 되고 만다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뉴저지 교육구 가운데 한 곳은 학교 이사회 이사들의 반대가 나온 후 종전의 격리정책으로 회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비영리기관인 전국기생충협회도 “LA 카운티와 다른 커뮤니티들은 서캐 없는 교실이라는 기준을 살충제로 이를 쫓아내는 서푼짜리 대안으로 바꾸고 있다”고 비난하며 “학교 당국의 규제 완화는 머릿니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교육구가 완화된 정책을 채택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네바다의 경우를 살펴보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수석 양호교사가 있는 네바다주의 14개 카운티 가운데 네 곳은 2011년 이후 관련 규정을 완화했고 나머지 10개 카운티도 이를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머릿니는 늘 히스테릭한 반응을 달고 다닌다. 카슨시티 교육구의 수석 간호사 셰이라 스토리는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머릿니에 너나없이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스테이트 80번 도로를 따라 형성된 소읍인 러브락도 완화된 머릿니 규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모와 교사, 교육위원회가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고 나서면서 잡음과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폰티어스는 “머릿니 정책은 전국적인 논란거리”라며 “학생을 교실에서 퇴출시킬 정도로 이라는 놈이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모두들 머릿니가 사라지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치도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한다.
CDC 추산에 따르면 세살에서 열한살 사이의 미국 어린이들 가운데 600만명에서 1,200만명 가량이 매년 머릿니에 감염된다.
머릿니는 주로 친구들이 함께 모여 잠을 자거나 서로 어울려 놀 때 퍼진다. 이놈들은 한평생 인간의 두피에 기생하며 숙주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 그뿐 아니다. 알도 모낭에 낳는다. 말 그대로 ‘완전’ 기생충이다.
CDC 관리들은 머릿니 때문에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내모는 ‘서캐불용’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머릿니는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할 뿐 아니라 징그럽고 불결한 느낌을 주지만 병을 옮기지는 않는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사람들의 호들갑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러브락의 변경된 지침에 따라 폰티어스는 머릿니가 발견된 학생의 집에 전화를 걸어 미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화학세제의 사용을 권한다. 그러나 집단 히스테리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다른 학생들의 가정에까지 주의를 촉구하는 ‘사발통문’을 돌리지는 않는다. 통지문 발송은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 머릿니는 쉽게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이기 때문이다.
이에 감염된 학생의 가정은 불결하다는 등식은 이미 확고하게 정립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 통지문은 엉뚱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강성론자들은 완화된 규정이 요구하는 화학세제 사용 건의를 예로 들어가며 목에 핏대를 세운다. “머릿니를 잡겠다며 장기간 화학세제로 치료를 하다가 결국 사람을 잡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다.
6년 전 한 학생으로부터 이를 ‘분양” 받았다는 러브락 교사 다나 몬테스는 “감염은 순식간의 일”이라며 “사후 천국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면 머릿니를 창조하신 이유부터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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