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국정원 국내정치개입 내부문서를 입수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개하고 있다. 2013.12.23.
국가정보원이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남북정상회담을 폄훼하는 문서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대국민심리전에 활용했다는 주장이 23일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제3차장 산하 3국에서 작성해 국회 등 정보기관에 출입하는 정보관(IO) 등 국정원 직원들에게 배포한 ‘6·15 · 10·4선언, 무조건 이행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문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서 의원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2007년 남북정상선언)’을 각각 뒷돈회담, 임기말 대못박기 등으로 규정하고 ‘종북좌파세력의 잘못된 주장과 올바른 시각’이라는 Q&A를 통해 대응전략 지침을 내렸다.
국정원은 이 문서에서 6·15 선언에 대해 "북한에 거액의 대가(5억불)를 불법적으로 제공하고 성사시킨 ‘뒷돈거래 회담’이었음이 밝혀졌다"며 "탄생부터가 투명성·정당성 결여라는 근본적 하자를 안고 있는 문서"라고 규정했다.
또 당시 남북정상회담에 나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벗어난 헌법 위반(헌법 4조) 행위"라고 적시하면서 악의적인 만평까지 그려 넣었다.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10·4선언에 대해서는 ‘불순한 탄생 배경(임기말 대못 박기)’이라는 소제목 아래 "(공동어로구역·평화수역설정 합의는) 해상경계선으로서의 NLL 개념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NLL 불인정·무실화 시비 근거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북한은 지난 10년간(98-07) 좌파정부로부터 약 70억불 상당의 지원을 획득했다"며 김대중·노무현정부를 ‘좌파정부’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어 "양(兩) 선언을 만들어 낸 햇볕정책은 이미 지난 대선(17대)으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다"며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뜻인데 국민의 뜻이 ‘햇볕정책’을 버린 만큼 햇볕정책의 결정판인 양 선언을 무조건적으로 이행하라는 주장은 민주주의 원리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또 Q&A를 통해 대응전략으로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종북좌파세력의 잘못된 주장"이라고 주장했고, "이명박 정부 출범은 잘못된 대북정책을 시정하라는 민의의 반영이자 국민의 명령"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서 의원이 공개한 문서는 국정원이 2009년 7월 북한담당 3차장 산하 3국명의로 작성·배포한 것으로, A4용지 크기로 표지를 포함해 23페이지 분량이다.
문서의 표지에는 "국가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재평가와 올바른 인식을 위해 아래 자료를 작성하였사오니 대외활동이나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됐다. 국회·정당·언론사·정부기관 등을 출입하는 국정원 정보관(IO)들의 대외활동 등에 활용하라는 지침인 셈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의혹이 제기됐던 국정원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간 연계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민주평통이 만들어 배포했다가 논란이 되자 회수했던 소책자 형태의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바로알기’ 문서를 두고 국정원이 자료를 제공해주고 민주평통 명의를 빌려서 배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제보자는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개입이 단순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갑자기 불거진 것이 아니라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원세훈 국정원장이 취임하고 나서부터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이고 공격적으로 준비된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혀 왔다고 서 의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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