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으로 파산한 미국의 대표적인 공업 도시 디트로이트에 최근 ‘특별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26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요즘 디트로이트 도시 곳곳에는 카메라를 들고 배낭을 멘 관광객이 북적거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일반적인 관광객과 다르다.
먼저 방문지부터 특이하다. 주로 버려진 공장이나 학교, 교회 건물을 찾는다.
폐쇄된 지 오래된 기차역 구내를 들어가 보기도 하고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콘서트를 열었던 연회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디트로이트 시내에 버려진 채 방치된 건물은 무려 7천800여동에 이른다. 주거용 건물 한 동을 철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8천 달러지만 파산한 시 당국은 감당할 수 없어 그대로 버려져 있다.
쇠락해가는 대도시의 스산한 모습이 주는 세기말적 영감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영국에서 온 건축학도 올리버 커니(19)는 "이렇게 큰 규모의 도시가 이렇게 황폐화된 광경은 다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디트로이트에 온 첫날에만 2천장의 사진을 찍었다.
프랑스에서 온 사진작가 2명은 ‘디트로이트의 쇠락’이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변호사이자 사진작가인 제이슨 숄스버그는 "맨해튼이 300년 뒤에 어떤 모습일까"라고 반문하며 디트로이트의 ‘예술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 정부가 파산을 선언한 뒤 시내 호텔에는 손님이 오히려 늘었다. 방치된 기차역이 있는 코크타운 지역 식당에도 손님이 증가했다.
한때 항공기술자였던 웰터는 2011년부터는 폐허와 비어 있는 대형 건물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됐다.
3시간 짜리 투어를 안내하고 45달러를 받는다. 웰터의 투어 코스는 패커드자동차 공장, 이스트그랜드블러버드 감리교회, 그리고 기차역 등이다.
모두 비어 있는 채 방치된 건물이고 문은 잠겨 있지만 웰터가 아는 ‘개구멍’을 통해 ‘관광객’들은 내부에 들어갈 수 있다.
방치된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법이다. 경찰에 걸리면 225달러의 벌금을 물지만 웰터는 개의치 않는다. 그는 경찰에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시민에게 이런 관광객들이 달갑지만은 않다.
디트로이트 시장 선거에도 출마했던 시민 운동가 진 보트캄프는 "쇠락한 모습은 멋지지도 않고 예술적이지도 않다"고 못마땅해했다.
디트로이트 시 정부가 향후 ‘특별한 관광객’을 활용해 돈벌이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디트로이트와 처지가 비슷한 인디애나주 개리는 방치된 건물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 작가들에게 50달러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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