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사랑방 복지시설·여가활동 아쉬워
3일 한인타운 맥도널드에서 노인들이 무료를 달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새로운 기대를 품은 새해가 시작됐지만 신년 새로운 희망이 멀게만 느껴지는 한인 노인들이 많다. 한인 이민사회도 고령화시대가 확연해지면서 LA 한인타운 등 한인 밀집지에 노인들은 늘고 있지만 이들이 여가를 찾고 노년의 보람을 찾을 만한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인사회가 직면한‘노인들이 설 자리’ 문제의 실태와 문제점, 대책을 점검해 봤다.
■실태지난 2일 뉴욕 한인타운이 위치한 퀸즈 플러싱의 한 맥도널드 매장에서는 한인 노인들이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목격자에 따르면 한인 노인 6명은 이 지역 한 맥도널드 매장에서 20분 이상 담소를 나누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매장 밖으로 강제로 쫓겨난 것이다.
맥도널드 측은 “새벽 5시께부터 노인들이 코너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수차례 자리를 비워줄 것을 정중히 요구했으나 장시간 테이블을 차지하는 바람에 메뉴를 시킨 다른 손님이 자리가 없다며 항의해 어쩔 수 없이 경찰을 불렀다”고 해명했다.
규모가 작은 이 매장은 ‘매장 내 테이블에 20분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안내문구까지 붙여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인 노인들은 맥도널드 같은 장소가 갈 곳 없는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며 손님을 쫓아낸 행태는 너무했다고 비판했다.
3일 LA 한인타운 웨스턴과 7가 맥도널드 매장을 찾은 김모(72) 할아버지는 “뉴욕 매장에서 노인을 쫓아낸 것은 너무했다”라며 “이곳 매장은 하루에도 한인 노인 수십명이 찾아와 담소를 나누고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데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는 노인들에게 이만한 장소가 없다”며 “그런 곳에서 노인들을 쫓아낸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란 말이냐”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노인들은 일주일에 4~5일씩 찾아와 하루 2~3시간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문제점
이같이 한인 노인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면서 일부 노인들은 외로움을 느끼거나 마땅한 소일거리를 찾지 못할 경우 도박 등 일탈에 빠지는 것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9월 LA 한인타운에서 노인들의 쌈짓돈을 노린 불법 사설도박장이 대거 적발된 것도 이같은 문제의 연장선상이다. 사설 도박장을 종종 찾는다는 한인 김모(65)씨는 “노인들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매일 사설 도박장을 찾곤 한다”면서 “LA 한인타운에 계모임 형태로 운영되는 작은 도박장이 16개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LA 한인타운 주요 마켓 인근에서는 한인 노인들이 대형 버스에 올라 가까운 카지노를 찾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카지노 행 버스에는 50~60대 여성과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정모(69)씨는 “혼자 사는데 몸도 건강하지 않아 집에만 있으면 우울하다”며 “적적함을 달래는 차원에서 카지노를 종종 간다”고 말했다.
■대책
상당수의 한인 노인들은 LA 한인타운 내 노인단체나 사회복지시설 운영단체가 차별 같은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친구 3명과 LA 한인타운 맥도널드 매장을 찾은 박모(80) 할머니는 “노인들은 외로움 때문에 카지노나 한인타운 화투장을 찾는 이, 친구들과 교양강좌 등 여가활동에 나서는 이, 동문회나 종교단체 등 봉사활동에 나서는 이 등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전한 뒤 “동년배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공공장소가 더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 관리에 신경 써 무기력 증세 같은 우울증을 예방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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