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저지 주 폐쇄기지‘캠프 에반스’에 12채 방치군 당국 철거방침 반대해 보존 유적지로 탈바꿈
▶ 1,250달러짜리 방4·곡식창고 본뜬 돔형, 하루면 조립 가능
이들이 건축가 R. 벅민스터 풀러가 전쟁 중 주거수요에 대한 해답으로 설계한 이른바 다이맥션 전개 유닛(Dymaxion Deployment Unit)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샘플들이다. 다이맥션은 Dynamic 과 Maximum Effect의 조합어로 풀러가 만들어 낸 용어다.
‘D.D.U.’로 불리는 이 유닛들은 4인 가족이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대피소로 1940년대 초 제조되어 전 세계 미군기지에 보내졌다. 하루 만에 세울 만큼 조립이 간편하며 저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전쟁 시 간이주택으로 각광받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쟁이 시작되면서 생산도 중단되었다.
그 후 오랫동안 D.D.U.는 지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으나 아주 멸종된 것은 아니었다. 칼과 지역 정치인들, 유적보호협회 관계자들, 그리고 일부 시민들의 노력과 지원 덕택이었다. 만약 군 당국의 계획대로 갔다면 “모두 철거되었을 것”이라고 칼은 말한다.
건축가이자 발명가이며, 엔지니어이자 철학자, 시인이며 교수로 다재다능해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풀러에게 D.D.U.의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1940년 친구인 소설가 크리스토퍼 몰리와 함께 에드까 알란 포의 잃어버린 편지를 찾아 떠난 여행 중 차로 중서부를 가로질러 달릴 때였다. 일리노이주 도로변에 줄지어 서있는 금속 곡식 저장창고들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그는 곧 그 저장창고 제조사인 캔자스시티의 버틀러 제조회사와 연락했다.
당시 유럽은 전쟁 중이었고 신문들의 지면은 공습으로 파괴된 런던에 관한 소식들로 넘쳐났다. 풀러는 실용적 구조물을 비상시 주거지로 전환시킬 방법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화재와 쥐들, 변덕스런 날씨와 쓰레기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버틀러사의 아연도금 철강 컨테이너를 변형시켜 세계 어느 곳으로나 배달가능하고 쉽고 빠르게 조립될 수 있는 ‘대피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평화 시에는 민간인들에게 저가의 휴가용 방갈로로 팔수도 있다고 풀러는 제안했다.
1941년 4월 버틀러사 공장에서 첫 번째 생산된 D.D.U. 모델은 워싱턴의 국방주거 협력처에 제출되어 포토맥 강변에 세워졌다. 높이 15피트, 지름 20피트 크기에 10개의 둥근 창과 15개의 작은 천장 채광창이 달린 제조비용 1,250달러짜리 이동주택이었다. 실내는 파이조각 모양의 4개의 방으로 구분되도록 설계되었고 실내공기는 지붕의 통풍장치를 통해 순환되었다.
모델 D.D.U.엔 풀러의 친구인 건축가 월터 샌더스가 아내와 함께 며칠간 시험 거주를 했으며 1941년 10월 D.D.U. 한 채가 현대미술박물관 조각정원에 설치되기도 했다.
버틀러사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히 몇 채의 D.D.U.가 제조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역사가들은 100채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육군 통신부대가 상당수 D.D.U.를 사들여 조종사와 정비사 등이 주둔하고 있던 지중해, 페르샤만, 태평양 지역 군 기지에 보낸 것으로 나와 있다. 통신부대가 주둔해있던 캠프 에반스에는 약 20채의 D.D.U.가 설치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 직후 정부가 금속 배급제를 실시하면서 D.D.U. 생산이 중단되었다. 싼값에 쉘터를 대량 생산하려던 풀러의 꿈도 함께 유보되었지만 그는 곧 ‘위치타 하우스’로 알려진 원통형의 자급자족용 이동식 주거 다이맥션 리빙 머신을 개발해냈다.
프레드 칼이 1985년 캠프 에반스에 맞닿아있는 부동산을 사들였을 땐 그 역사에 관해 거의 알지 못했었다. 그러나 1993년 군 기지가 폐쇄될 무렵엔 기지 내 D.D.U.를 모두 철거하고 땅을 팔려는 군 당국의 계획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가 되었다. 공청회가 거듭되었고 전국 유족보존위원회가 개입했으며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가세했다. 결국 군 당국은 전체 243에이커 중 16개 구조물을 포함한 37에이커를 월타운십과 먼마우스 카운티에 인계하는 것에 동의했다. 무선수신소를 박물관으로 바꾼 이곳의 관리는 칼과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12개 다이맥션 유닛 중 일부의 상태가 좋지 않아 칼과 자원봉사팀은 낡고 녹슨 표면을 손 보고 페인트를 다시 하는 수리작업에 착수했다. 일부는 할로윈 파티용으로 치장해 빌려주기도 했고 또 일부는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스튜디오로 싼 값에 임대해 줄 계획이다.
풀러의 D.D.U.들을 구입하려는 박물관과 개인소장자들도 여럿이다. 이미 풀러의 ‘위치타 하우스’를 소장하고 있는 헨리포드 박물관 측은 D.D.U.가 “상당히 중요한 작품들”이라면서 “풀러는 산업화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어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고 이 작품들은 그의 시적 미학이 내재된 것들”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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