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로 미국 동북부에 비상사태가 선포됐었다. 북미가 동토가 되어 섭씨 영하 40도에서 50도였고, 미네아폴리스는 섭씨 영하 46도, 체감 온도는 섭씨 영하 60도를 기록하는 하는 일이 있었다. 이런 온도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고,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추위이다. 이런 미국의 혹한의 날씨가 연일 뉴스에 보도됐었고, 한국에서도 미국에 사는 친척을 걱정해 안부 전화가 쇄도했었다. 그런 전화를 받으면, 내 대답은 “걱정마세요. 여기는 따뜻해요. 그건 동북부 문제입니다. 캘리포니아는 얼마나 살기 좋다고요. 지금도 햇살이 나오면 반팔을 입고 다니는 젊은이들도 있어요”라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곤 했다.
그런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서부와는 머나먼 동부, 그래서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고 뉴스를 볼 때만 잠깐 걱정했었는데 그것이 여기, 내 생활에 영향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방학을 맞아 인디애나에서 온 조카가 L.A.에 놀러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꼭두새벽같이 일어나 공항에 데려다주고 왔는데 세 시간이 지나도 아직 산호세 공항이란다. “뭐, 왜?” 자다가 웬 날벼락. 동부에서 비행기가 오지 못해 승무원이 부족했고, 그래서 비행기가 뜨지 못해 세 시간동안 기다리고 있다고.
그 순간 아, 동부의 눈폭풍이 남의 일만이 아니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 후, 인디애나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시카고를 거쳐 가는데 시카고가 눈폭풍으로 항공기 이착륙이 무더기로 취소되었다. 당연히 샌프란시스코에서 비행기가 뜰 수 없었고 조카는 두번이나 비행기 스케줄이 취소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물론 나는 여러번 공항을 오가는 수고를 소리도 없이 해야 했다. 미국이 참으로 땅이 넒은 나라가 맞기는 맞는 것 같다. 한쪽에서는 눈폭풍이 몰아쳐도 다른 한쪽, 산타모니카 해변은 비키니 차림이니.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멀미가 나게 공항으로 운전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지난 주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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