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길 속 친척 6명 살리고 장애 할아버지 구하려다…
▶ 뉴욕 타일러 두한군 결국 숨진채 발견
8세 소년 타일러 두한이 가족 6명을 대피시킨 뒤 할아버지와 삼촌을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숨진 모빌홈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는 영웅으로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아직 부모의 품에서 어리광을 부려도 될 어린 나이의 소년은 그 어떤 어른보다도 더 큰 용기를 보여준 ‘영웅’이었다.
이제 여덟 살이 된 초등학교 4학년 소년 타일러 두한(Tyler Doohan·사진). 그는 이글거리는 불길 속에서 가족 6명을 구해낸 뒤 화마 속에 갇힌 장애인 할아버지와 삼촌을 구하기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들었다가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안타까운 스토리로 미국인들의 가슴에 묻혔다.
미국을 울린 소년 타일러의 비극적 영웅담이 벌어진 것은 마틴 루터 킹 데이이던 지난 20일 새벽. 소년은 공휴일인 마틴 루터 킹 데이 연휴를 맞아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뉴욕주 펜필드의 작은 모빌홈을 방문해 가족들과 함께 잠들어 있었다.
주위가 암흑으로 뒤덮인 모빌홈에서 전기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급작스레 발생한 것은 새벽 4시45분께. 제일 먼저 불길을 발견한 타일러는 8세 소년답지 않은 기지를 발휘, 자고 있던 할머니와 네 살, 여섯 살 동생들을 포함한 가족들 6명을 침착하게 대피시켰다.
가족들과 함께 화마를 피해 무사히 밖으로 빠져 나온 타일러는 이내 하반신 마비로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는 할아버지가 안쪽 침실에서 자고 있었고 삼촌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할아버지의 모빌홈은 이미 전체가 화마에 휩싸인 상태였지만 타일러는 이에 아랑곳 않고 치솟는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가 결국 할아버지 루이스 비치(57), 삼촌 스티븐 스미스(54)와 함께 빠져나오지 못하고 뜨거운 연기에 질식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타일러의 용감한 행동과 아름다운 희생이 알려지자 미국인들은 그를 ‘어린 영웅’이라 칭하며 애도했다.
뉴욕주 이스트 로체스터의 리처드 스터츠먼 교육감은 성명을 내고 “자기를 돌보지 않은 두한의 용감한 희생이 6명의 다른 생명을 구해냈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타일러의 엄마인 크리스탈 브루먼은 “생전 타일러와 할아버지는 서로 친구처럼 가깝게 지냈었다”고 회상하며 “아들이 자랑스럽다. 타일러가 곁을 떠난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고 슬프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할아버지와 함께이기에 안도한다”고 말했다.
펜필드 소방국의 크리스 에브메이어 국장은 “화재에 취약한 트레일러에 많은 인원이 있고 알람이 없어서 큰 인명피해가 날 뻔했다.
탈출한 6명의 가족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중 1명이 2도 화상을 입은 정도”라며 “타일러가 적극적으로 가족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상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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