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대던 제라늄이 두 달 전쯤에 갑자기 찾아온 영하 날씨로 얼어버렸다. 누렇게 죽어버린 그 꽃을 허망하게 쳐다보다 가위를 찾아들었다. 혹시나 뿌리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죽은 가지들을 열심히 잘라냈다. 괜히 힘썼나? 뭉툭해진 화분을 쳐다보며 날씨가 좋아지면 아예 엎어버리고 새로 심자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잊고 지내다 오랜만에 뒤뜰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시린 마음으로 잘라낸 그곳을 소리 없이 찾아온 생명의 건실함이 푸르고 힘차게 채우고 있었다. 튼실한 뿌리는 갑자기 찾아온 영하의 추위란 고난을 딛고 새로운 싹을 틔우고 있었다.
‘글을 쓰는 것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고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이야기했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가장 먼저 뿌리를 북돋우고 줄기를 바로잡는 일에 힘써야 한다. 나무의 뿌리를 북돋아 주듯 진실한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쏟고, 줄기를 바로잡듯 부지런히 실천하며 수양하고, 진액이 오르듯 독서에 힘쓰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듯 널리 보고 들으며 두루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게 해서 깨달은 것을 헤아려 표현한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글이요, 참다운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이 마지막 원고이다. 열세 번의 글을 써나가던 나의 인생의 삼 개월은 그렇게 빨리, 원고마감인 목요일을 중심으로 돌고 돌아서 이제 그 끝이 다가오고 있다. 그 시간 동안 평화로운 오전에 갓 내린 커피의 구수한 향기를 머금은 커다란 머그잔을 감싸 안고 컴퓨터 앞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어릴 적 친구들을 떠올리며 그 추억에 옷을 입히고, 주위의 사람들을 살펴보며 나의 오늘을 되돌아보고, 무심히 스쳐 지나가던 자잘한 일상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소중한 경험을 하면서 나의 색깔을 지닌 이야기를 써보고자 노력했다.
읽기 쉽고 공감되는 글을 쓰기 위해 수없이 지우고 다시 쓰던 날들, 아쉽지만 과감히 쳐내야 했던 생각들,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찾아보고 읽어봤던 많은 문서들, 이야기가 안 풀려서 며칠을 컴퓨터 모니터만 원망스럽게 째려보던 날들이 언젠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튼튼한 뿌리가 될 것임을 이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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