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교통사고 현장에서 부상자를 구조하던 소방관을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져 논란이 됐다.

6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지역 언론에 따르면 지난 5일 밤 샌디에이고 북쪽 출라비스타의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뒤집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출라비스타 소방서 소속 소방관들이 사고 차량에서 부상자를 구조하는 동안 교통 통제를 하던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 순찰대 경찰관이 1차선에 세워진 소방차 2대를 빼달라고 요구했다.

소방관이 "구조 작업 중이니 소방차를 뺄 수 없다"고 거절하자 경찰관은 곧바로 경찰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방관에게 수갑을 채우고 순찰차에 뒷자리에 강제로 태웠다.

사고 현장을 취재하던 지역 방송이 찍은 화면은 소방관이 "사람을 구조하고 있는 소방관을 이런 식으로 다룰 수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경찰관은 "차를 빼라는 지시에 불응했으니 체포하는 것"이라고 대꾸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았다.

수갑을 찬 채 순찰차 뒷좌석에 갇혀 있던 소방관은 30분 만에 풀려났으나 소방 당국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시 소방차는 부상자에게 응급 처치를 하는 구조 요원과 구급차를 보호하기 위해 매뉴얼에 따라 현장 부근을 에워싼 채 주차되어 있던 것이었다면서 경찰관의 지시가 부당했다고 반박했다.

출라비스타 소방서장 데이브 해너먼은 "대관절 그 경찰관 머리에는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면서 "우리 소방관들은 부상자를 구조하고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훈련받은 대로 적절한 조처를 하고 있었다"고 지역 방송에 말했다.

곧이어 그는 성명을 통해 "우리 소방관들은 당시 상황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알린다"고도 했다.

하지만 소방관이 사고 현장에서 수갑을 찬 채 끌려가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파문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소방 당국과 고속도록 순찰대는 서둘러 사태를 무마했다.

출라비스타 소방서장 해너먼과 고속도로 순찰대장 짐 아빌리는 6일 오전 급히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우발적인 사고’이며 ‘소방관과 경찰관은 상호 임무를 존중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두 기관은 또 앞으로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합동 훈련을 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