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겨울 올림픽 사상 최대라는 88개 나라의 2,8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했던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한국은 금 셋, 은 셋, 동 둘 총 8개의 메달을 따, 총 메달 수로는 12위, 금메달 수로는 13위라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력이 (통계에 따라) 세계 12-14위로 나타나고 있으니 ‘국력=스포츠’라는 얘기와 얼추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이에 비하면 금 9개를 포함 28개의 메달로 금메달 수 4위, 총 메달 수 2위에 ‘머문’ 미국의 성적이 국력에 못 미쳤다고 할까.
소치 올림픽은 러시아의 역동성, 발전상, 역사와 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보이고 알려주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야심작으로 올림픽 사상 최고인 510억 달러라는 거금을 들인 대회였는데, 과연 그 많은 돈을 들여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는지 모르겠다.
대회가 열리기 전 부터 테러의 위협이 고조되어 긴장된 상황이었고 경기장 준비도 완벽하지 못했고(칸막이 없이 두 개의 변기가 놓여 있는 화장실 디자인 등) 시설물과 인프라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개막식에서 오륜기가 사륜기로 둔갑하는 사고, 또 올림픽 때마다 있는 일이지만, 심판 판정의 공정성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었다.
그래서 이제 4년 뒤인 2018년에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열게 되어 있는 한국이 어떻게 대회를 잘 치를 수 있겠는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8년으로부터 30년 전에 이미 서울 88 하계올림픽을 ‘멋지게’ 치렀고 또 2002년엔 월드컵축구대회를 열었던 경험이 있기에 한국이 평창 겨울올림픽도 잘 치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사실 이번 소치대회에 참가했던 국가가 사상최대인 88개국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세계 전체 국가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숫자다. 게다가 메달을 하나라도 딴 나라는 역시 사상최대라지만 고작 26개국으로 참가국 전체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동계올림픽을 ‘지구촌 잔치’라고 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춥고 눈 많은 북쪽지방 나라들(특히 북유럽 나라들)과 몇몇 주요 국가들만의 잔치라는 느낌이 짙다.
한국이 그 중의 하나라서 우리는 흐뭇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이 다음 동계올림픽의 주최국으로서 요구되고 기대되는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이 필요한 것 같다. 한국의 미디어나 팬들이 김연아, 이상화 등 스타들이나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등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당연한지 모르겠지만, 오직 그들 이야기, 한국 이야기만에 몰두하는 모습이 평창에서도 되풀이 될까봐 걱정스럽다.
이런 큰 대회는 아무리 계획과 준비와 집행에 만전을 기한다고 해도 예기치 않은 사고와 실수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무사고, 무결점의 대회를 치르겠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의미를 주고 흐뭇함을 주는 대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아닐까. 더 많은 나라의 더 많은 선수들을 아우르는 주최국의 포용력이 필요하고 아울러 더 많은 지구촌 가족들에게 흥분과 흥미와 감동을 주는 큰 뜻을 펴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한국이 평창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또 몇 백억 달러의 돈을 들일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많은 돈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써야할 지 잘 생각해 보는 일이다. 지구촌 대다수의 나라들이 평창대회에서도 메달을 따기는커녕 참가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나라들의 올림픽 관계자들을 어린 꿈나무 선수들과 함께 평창대회에 초청하는 것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돈을 들이는 것이 시설물의 내부 장식에 돈을 쓰는 것보다 훨씬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평창의 이름 그대로 평등하고 공평하고 평화롭고 평탄한 올림픽, 나아가 올림픽이 진정한 지구촌의 잔치로 발돋움하도록 새로운 지평을 여는 평창올림픽이 될 수 있기를 지금부터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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