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의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와 차가운 불빛 형광등이 설치된 이유는 한가지다. 빨리 먹고 나가라는 간접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패스트푸드 업계뿐만 아니라 교육정치 의료 등 사회 여러 분야에 반영되고 있다. “전 세계가 맥도널드화 되었다”라는 말처럼 현 사회는 맥도널드가 만들어낸 패러다임, 즉 경쟁력과 돈으로 직결되는 속도와 효율성을 숭배하고 있다.
맥도널드의 시스템은 실증주의(positivism)의 유산이다.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 차이 가치 등을 무시하고 논리와 합리성을 바탕으로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종업원 한 명이 햄버거 10개를 만드는데 30분이 걸린다고 치자. 종업원 두 명이 함께 하면 몇 분이 걸릴까. 15분일까. 만일 그 둘이 서로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일을 미룬다면 어떻게 될까. 나아가 둘이 분업하기로 결정하고 서로 돕는 마음으로 만든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종업원을 언제든지 갈아 치울 수 있는 부품으로 여기고, 손님을 매상 올려주는 숫자로 보는 맥도널드 시스템은 초중고 교육과정은 물론 대학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원자를 늘리려는 입학사정처, 채점하기 쉬운 사지선다형 시험을 주고 학생과의 상담을 극소화하려는 교수, 이에 뒤질세라 최단시간 내에 졸업장만 따내면 그만이라며 학점 잘 주고 과제물 적은 강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모여 속도와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서 희생양은 대학도, 교수도 아닌 자신의 취향 가치관 창의성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학생이다.
시드니 대학의 소피 엘우드 교수가 심리학 전공 대학생 90명을 모집하여 세 그룹으로 나누고 “제군들의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서 종이의 창의적인 용도를 4분 동안 적어보라”는 테스트를 했다.
첫번째 그룹에게는 4분 동안 쉬지 말고 적어보라고 지시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처음 2분간 적다가 중단하고 창의성과 관련된 테스트를 잠시 거친 후 다시 돌아가서 나머지 2분을 써 내리도록 했다. 세 번째 그룹에게는 처음 2분간 적다가 중단하고 창의성과 전혀 관련없는 테스트를 마친 후 다시 돌아가서 나머지 2분 동안 테스트를 계속하도록 했다.
똑같이 주어진 4분 동안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적어 낸 그룹은 어떤 그룹일까. 4분간 지속적으로 써 내려간 첫 번째 그룹일까, 창의력과 관련된 테스트를 중간에 거친 두 번째 그룹일까. 아니다. 창의력과 전혀 관련 없는 테스트를 중간에 치른 세 번째 그룹이었다.
연구 결과가 암시하는 것은 바로 “느긋하게 쉬어가는 것이 창의적 발상의 주춧돌이다”라고 엘우드 교수는 피력했다.
그런 느긋함이 게으름으로 연결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느긋함과 게으름은 질적으로 다르다. 피아노 연주자가 아다지오 표시를 보고 천천히 연주하는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한번 우수 주식을 보유하면 중간에 여러 번 사고 팔지 않고 오랫동안 지니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속도와 효율성이 주도하는 대학과 사회에서 오늘날의 학생들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앞만 보고 쫓아가는 삶이 지속되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내면세계를 살피는 쉼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취향을 찾고, 가치관을 확립하며, 숨겨진 창의성을 명쾌하게 드러낸다면 불안을 퇴치할 수 있는 용기가 생성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느긋한 쉼이 필요하다. 쉬는 동안 뒤쳐지는 것을 두려워 말고 도중에 포기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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