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장은 한인 커뮤니티의 ‘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모임이나 행사에 참여하면 VIP로 대접받고 한국에서 대통령이 오면 리셉션에 1순위로 초대 받는다. 거물급 정치인들이 오렌지카운티를 방문하면 으레 한인회장을 찾는다.
한인회장은 또 한인타운에서 각종 이슈가 터질 때 마다 항상 중심에 선다. 한인사회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매년 LA 총영사관에서 실시하는 오렌지 샌디에고 민주평통위원 선정 작업 시 ‘선정위원’으로 발탁된다.
한인 단체들은 한인회장이 개인 사정이 있거나 바빠서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부회장이나 이사장을 보내면 서운해 한다. 이들은 ‘우리 단체를 왜 푸 대접하느냐’는 식으로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아무리 작은 행사라도 한인회장이 직접 참석해야 단체의 ‘체면’이 선다.
이같이 외형적으로 보면 한인회장은 여느 정치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면서 항상 스포트라잇을 받는다. 간혹 한국 국회에 진출하기위한 교두보로 삼을 목적으로 한인회장에 출마를 고려하는 인사들도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한인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한인회장은 항상 돈에 허덕이는 영세업주의 모습과 흡사하다. 오렌지카운티 한인회 운영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1년 총 예산은 평균 6만달러 가량으로 연방, 주, 카운티 정부로부터 정기적으로 지원받는 펀드가 없다. 순전히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 확보가 항상 가장 큰 골칫거리이다.
한인회 주요 수입원은 기금모금 골프대회, 순회 영사 업무 도네이션, 임원 및 이사 회비 등이 고작으로 모두 합치면 최고치를 잡아도 순 수입은 1년에 3만6,000달러 안팎을 맴돈다. 나머지 부족한 1년 예산 2만5,000달러 가량은 한인회장 입후보시 내는 공탁금으로 근근이 메우는 형편이다.
한인회가 한인커뮤니티를 위한 행사나 프로그램을 실시하려면 ‘여유 예산’이 부족해 한인회장 개인 돈을 사용하거나 돈 있는 한인들로부터 기부를 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상당수의 한인회장들은 타운 유지들에게 손을 벌여왔다.
이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인회장들은 새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의 숙원 사업인 한인종합회관 건립 등의 프로젝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루하루 한인회 살림 살기도 힘든데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이 힘에 부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런대로 예산 확보에 ‘성공한’ 한인회장들은 자기 돈을 쓰지 않고 넘어갔지만 몇몇 한인회장들의 경우 조금 잘해보겠다고 하다가 적자를 기록해 선거 공탁금 이외에 1-5만 달러의 사재를 한인회에 털어 넣기도 했다.
바꾸어 말하면 한인회장은 필요할시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몇 만 달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인회로부터 ‘활동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업무상 사람을 만나도 식사비, 교통비 등을 사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까 한인회장은 재력을 갖추지 않고는 할 수 없다는 등식이 성립됐다. 몇 년전 한인회장 선거 공탁금이 2만5,000달러에서 5만달러로 2배로 뛰게 된 것도 이같은 맥락이었다. 한인회장이 5만 달러를 은행에 예치시켜야 2년 임기동안에 기본적으로 한인회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돈 없는 인사들은 한인회장 선거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인사들 중에는 한인회장에 출마하고 싶었지만 ‘5만달러’라는 공탁금과 향후 한인회장이 되면 써야할 적지 않는 돈 때문에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지난번 선거에서도 오득재 현 회장이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되었고 이번 선거에서도 김가등 씨가 무투표로 당선됐다. 앞으로 OC 한인회장 선거는 계속해서 경선 없이 무투표 당선 가능성이 높다.
OC 한인회장은 돈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한인사회 발전을 위한 비전과 아이디어, 열정, 리더십, 능력 등이 우선으로 고려되어 선출될 날이 하루 빨리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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