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목사/ 수필가)
1973년 한국에서 히트했던 가요 중에 “그건 너”라는 노래가 있다. 이장희 라는 가수가 손수 작사 작곡하였고 자신이 노래를 불러 선풍을 일으켰던 노래다. “그건 너, 바로 너, 너 때문이야. 모두들 잠든 고요한 이 밤에 어이해 나 홀로 잠 못 이루나? 그건 너, 바로 너, 너 때문이야!” 그렇다, 인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남에게 책임 전가를 해왔다.
기독교의 경전인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들이 에덴동산에 살면서 하나님으로부터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과나무 열매를 절대 따 먹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음에도 그 명을 어기고 선악과 열매를 먹었기에 하나님으로부터 문책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아담은 아내인 이브가 주어서 먹었다고 그 책임을 이브에게 전가시켰고, 문책을 받은 이브는 뱀이 먹으라고 유혹했기 때문에 먹었노라고 뱀에게 책임을 전가시켰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하나님께서는 공정하게 그들을 벌하셨으니 아담에게는 평생 이마에 땀을 흘리는 노동을 하게 하였고, 이브에게는 해산의 고통을 받게 하였다.
그 후 아담의 후예인 인간은 남에게 책임전가 시키는 일을 다반사로 일삼고 있다. 그래서 ‘잘된 것은 내 탓이고 잘못된 것은 조상 탓’으로 돌리는 나쁜 풍조가 지금껏 전래되고 있다. 잘했건 잘못했건 내가 한 일에 대하여는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이거늘 어째서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전가시킨단 말인가. 인간이 하등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이다.
기독교에서는 지금 부활절을 앞두고 사순절(四旬節)을 지나고 있는데 마지막 고난주간에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먹는 자리에서 제자들 중에 배신자가 있어 예수를 악당들에게 팔아넘길 자가 있음을 통탄히 여기면서 말했다
. 그 때 제자들은 차례로 돌아가면서 도대체 그 배신자가 누구인가 싶어 “주여 그 배신자가 나입니까?”라고 질문들을 하는 과정에서 맨 마지막에 바로 장본인인 가롯 유다까지도 “주여 내니이까?”라고 물었으니 가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허기야 그런 인간에게 무슨 양심이란 게 있었겠는가. “그건 너, 바로 너, 너 때문이야!”
이런 인간들을 용서하기 위해서 독생자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신 하나님의 심정이 어떠하셨을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놓고도 이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자기 과시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잘못한 일에 대하여는 은근슬쩍 꽁무니를 빼거나 나아가서는 남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키는 자들이라면 도대체 교회에는 왜 다니는지 모를 일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했던가? 꼴뚜기 교인이라면 주님께서 지적하신대로 천국 문에 가로막고 서서 자기도 들어가지 않고 남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자들이니 화 있을 진저 외식하는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인 것이다.
사순절을 그저 연중행사로 지낼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행로를 철저히 살펴 모든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고 “주여, 나 때문입니다!” 라고 고백하면서 구레네 시몬처럼 주님의 십자가를 잠시나마 내가 대신 지고 갈 수 있다면 참으로 은혜로운 부활절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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