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빅토리아에 거주하는 마코신스키는 평범한 16세 고등학생이다. 2년 전 필리핀에 있는 친구와 교류를 하기 시작했고, 그 친구의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학교 숙제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 것이 계기가 되어 해결책을 찾아 나선 마코신스키는 “몸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해 건전지나 태양열이 아닌 손바닥 열기만을 이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손전등을 개발했다. 이렇게 청소년기에 두각을 나타내면 뉴스거리가 된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청소년기(adolescence)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1904년 존스 홉킨스대학의 심리학자 스탠리 홀이 성인으로 접어들기 직전 단계를 질풍노도의 시기로 묘사하며 청소년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 후로 그가 세분한 유아기ㆍ아동기ㆍ전청소년기ㆍ청소년기를 바탕으로 학교에서는 연령별 분리 교육을 시작했다. 얼핏 보기에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학생의 성장을 도우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개인의 독특성과 능력을 조직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소년기라는 인위적 기간을 정해놓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돈을 벌기보다 쓰는데 신경 쓰도록 만들어 옷ㆍ음악ㆍ화장품ㆍ전자기기 등 연간 2,000억 짜리 소비시장을 형성시킨 것이 진정으로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것일까.
또한 청소년에게는 부동산을 소유할 권리도 없고 무엇을 소유한다 하더라도 보호자의 허락 없이는 마음대로 매매도 못한다. 능력이 있어도, 어른 세계에 참여하여 능동적이며 건설적인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길은 대부분 막혀있다. 이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자연스레 하는 것은 집에서 짜증부리거나 빈둥거리는 일이다.
미국의 10대는 일주일에 평균 65시간을 또래 동료들과 함께 보낸다. 나중에 자신의 모습이 될 어른들과의 접촉 부족으로 청소년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범위는 같은 나이 또래로 한정되어 있다. 또래끼리 보낸 K-12 학교생활을 통해 남는 것은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혼돈이요, 저스틴 비버와 셀레나 고메즈가 보여준 세상이 전부인줄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질풍노도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사모아 섬 청소년들을 10년 동안 연구한 후, 생물학적 근거에 의해 청소년기를 격동의 시기라고 본 스탠리 홀의 이론을 반박했다. 어른들과 동거 동락하며 전통을 따라 차분하게 성인의 반열에 참여하는 사모아의 10대를 통해 마가렛 미드는 문화와 사회, 즉 환경에 따라 10대는 마냥 말썽꾸러기가 될 수도, 의젓하고 성숙한 성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는 세계적 현상이 아니라 산업혁명을 겪고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가는 20세기 미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인간의 성숙시기가 일정 나이에 치러지는 성인식 같은 예식을 통해 정해졌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학교 졸업시기로 변했다. 고등학교를 마쳐야 비로소 성인이 된다는 사회의 고정관념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나이로 모든 것을 따지는 고정관념은 없어져야 한다.
대중교육 이전의 10대들은 도제(徒弟)살이로 부모를 떠나 지내며 자조정신을 일찍이 터득해야 했다. 오늘날에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ㆍ지식ㆍ동기유발이 나이에 상관없이 마코신스키처럼 독특한 성취를 이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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