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 <공인회계사>
사흘째 뼈 속을 파고드는 추운 바닷물에 잠겨 있다.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린 학생들이 느끼고 있을 죽음의 공포는 상상만으로도 가슴 아프다. 하나도 빠짐없이 기적처럼 살아오기를 모두가 간절히 기원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 나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정부다. 우리가 세금을 내는 것은 선박들을 감독하고 재난대처에 철저하라고 그 아까운 세금을 갖다 바치는 것이 아닌가. 사람 숫자 하나도 제대로 세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책본부에 앉아 있다. 교육청은 또 그 와중에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고 잘못된 휴대전화 문자를 학부모들에게 날렸다고 한다.
이 사건의 백미는 단연 선장이다. 톰 행크스 영화 ‘캡틴 필립스’에 나오는 앨라바마호 선장. 영화 ‘타이타닉’의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처음 배에서 빠져나온 뒤 신분을 묻자 “나는 일반 승무원이라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는데, 그렇다면 그 선장은 정말로 비겁한 사람이다.
오히려 신문 보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틀렸으면 좋겠다. 물론 사고는 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구명보트는 쇠사슬로 묶여서 쓸 수 없었고,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들이 1-2-3등으로 배를 버리고 줄행랑을 쳤다고 한다.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만 따랐던 어린 학생들 300명을 얼음장 같은 바닷물 속에 두고 말이다.
물론 세상 대부분의 선장은 훌륭하고 세상 대부분의 리더는 용감하다. 위급한 상황에서 선봉에 서는 용기가 그 자리까지 올라가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겁한 리더들도 더러 보인다. 큰 문제가 생기면 자기만 살겠다고 줄행랑을 치는 리더는 비겁하다.
비겁한 리더가 꼭 ‘세월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비겁한 정치인도 있고 비겁한 변호사와 의사들도 있다. 그리고 분명히 비겁한 회계사도 존재한다. 자신을 믿고 일을 맡겼던 고객에게 생긴 문제의 책임을 고객에게만 떠넘긴다면 그것은 비겁한 전문가다. 고객이 준 자료만 갖고 세금보고를 했으니 나는 잘못이 없다고 뒤로 빼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법적인 책임 한계를 떠나서 자기를 믿었던 고객에 대한 배신이다.
회계사로써 세금보고 일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사고는 생기기 마련이다. 늦게 보고를 해서 벌금이 나올 수도 있고 세일즈 택스 감사를 받을 수도 있다. 그것은 이번 ‘세월호’의 사고 같은 것이다. 문제는 그 뒤의 전문가 태도다. “나는 모른다”고 발뺌을 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일을 맡겼던 고객의 편에 설 수 있는 전문가. 그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내가 한국에서 일반 사병이 아닌 중위로 군복무를 하면서 배운 것도 그것이다. 지휘관은 절대로 자기를 믿고 따랐던 사람들을 두고 사고 현장을 먼저 빠져나와서는 안 된다. 회계사는 절대로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손님에게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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