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불 낼 작정을 하고 계산대에섰는데 그 물건이 세일이라고 이십불만 내라면 좋아서 펄쩍 뛰아야 할일 아닌가. 풀이 죽어 무안해 하며값을 치르고 나오는 남편을 보고 나는 너무 웃으워 뒤집어 질 뻔 했다.
운동화가 필요하다길래 내가 사오마했더니 당신이 가면 또 20불 짜리사온다고, 본인이 구지 나섰다가 딴에는 너무 비싸지는 않고 그렇다고너무 싸구려는 아닌 걸 골랐다고 생각해 골랐는데 또 이십불짜리를 사게 됐다.
사십년 전, 한국이 너무 가난해해외로 공부하러 가는 젊은 애들에게 단돈 250불을 쥐어주고 죽든 살든 알아서 살아보라고 내보낼 때 트렁크 둘 들고 속옷속에 감춰 둔 250불을 소중히 간직하고 미국엘 건너왔다. 쓰레기통 옆에 내다논 찢어진카우치를 들여놓고 살면서 학교내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나면 정말 최선을다해 성실하게일했다.그 후 산호세에서 남편은 직장을 잡고 나는 잠시 직장을다니다 몸은 아프고 애들은 키워야했는데다 죽여도 글과 그림은 계속하고 싶어 일생을 백수로 남편 덕에먹고 살아 왔다. 우리는 똥차는 기본이고 애들 옷은 거라지 세일에서, 내옷은 주로 남이 입다 버린거나 성당거라지 세일에서 일불 주고 사 입었다.
최근, 한국에서 온 분을 만났다.
잘 지내냐고 물으니 문화 차이로 놀라고 있는 중이란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미국 생활에서 일회용 물품등,너무 많은 일상생활의 물건과 음식이 낭비된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볼때마다 우리 모두 죽어서 지옥에 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단다. 나도처음 미국에 왔을 때 학생들이 주말에 무슨 게임을 한다고 해서 갔더니33갤론짜리 쓰레기통에 콜라와 얼음이 가득차고 아무나 갖다 마시는걸 보고 놀랐으며 그런 풍성한 인심속에서 회식할 때는 야박하게 자기것만 달랑 내는 게 너무 이상했다.
우리는 주로 누군가가 한꺼번에 내는 습관이 있어 그럴 때는 정나미떨어지게 쪼잔하게 느껴지는데. 그런가 하면 한국에선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못입은 거지는 못 얻어 먹는다는 인식 때문 인지 남의 눈에 부자로 보이는 게 엄청 중요한 사안인것 같다. 갓 온 사람에게 내가 쓰던물건 중에 내게 필요없는 물건을 주고싶어 하면 한국 사람들은 사람을무시했다고 생각하고 상처 입는다.
애들 옷도 금방 크니까 아는 사람끼리 넘겨주고 입으면 좋을것을 꼭 그걸 자존심 문제로 확대 해석 한다.
나는 내가 팔면서도 나로서는 절대로 엄두가 안나는 값으로 내 그림을파는데 한국 사람들은 내가 유명하지 않으니까 사려고 하지도 않지만미국 사람들은 내가 유명하건 아니건 자신의 맘에 들면 나도 놀랄 값을 치루고도 기꺼이 고마워 하며 산다.
그런데 그들의 입성으론 도저히그들의 재산 상태를 가늠 할 수 없다. 눈빛은 형형하되 꼭 뉘집 심부름하는 양아치같이 차려입은 젊은 이가 나중에 보니 큰 회사의 사장이기도 하고 슬리퍼 찍찍 끌고 반항아같이 생긴 젊은 이가 의사이기도 하다. 거기에 비해 한국 사람들은 남의 눈을 너무의식하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의 주차장을 가 보면 고급차가 널려 있고그런 차를 유지하기에는 조금 버거워 보이는 이들도 기를 쓰고 그런 차를 장만하려한다. 나는 일생을 똥차만 끌고 다니다지난 해 드디어 현대차를 하나 샀더니 누가 제네시스를 샀냐고 묻는다.
아이고, 아직 나를 모르시네요. 고급차가 제게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차는 달리는데 지장이 없으면 되고옷은 깨끗이 빨아 입고 색깔 맞추는센스만 있으면 족하다. 미국 생활 수년간 영어로된 책 한 권 읽어 내지못하면서 명품 가방들고 몰려 다니며 일류 대학에 애들을 집어 넣으려애들 들볶는 일부 젊은 여자들을 보면 딱하다. 보여지는 삶보다 내가 사는 삶을 살아 주면 좋으련만. 그런데도 미국은 역시 자본주의 사회라 돈을 잘 챙겨낸 인물의 대표인 앤디와홀은 돈을 그려 또 억만금을 챙겼다. 사실 그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지도 않는다.
사진으로 이미지를 찌고 콜라쥐기법으로 이리저리 맞춰 놓은 후 색깔 맞춰 실크 스크린으로 박아내는데 자신은 아이디어만 내고 일은 다조수들이 했다. 돈이 내 인생에 그리도 중요하면 아이디어만으로도 예술가라는 사람들도 부자가 될 수 있는게 미국이다. 나보다 엄청 더 검소한남편이 드디어 아주 쪼끔 나은 운동화를 신고 싶다는데 또 걸린게 싸구려다. 여보, 미안. 당신이 신고 싶다면억만금짜리 운동화인들 내게 아깝겠수. 근데 너무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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