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말 일본의 가장 강력한 야마토(Yamato)전함은 미리 승선해 있었던 해군사관학교 졸업반 학생들을 출항 직전 모두 하선시킨다. 그리고 바로 오키나와 해전에서 미연합군의 집중 공격을 받고 침몰한다. 당시 야마토 제독은 전함의 운명을 환히 내다보고 있었고 하나의 어린 생명이라도 구해 내려는 위대한 용단을 내렸었다.
야마토 전함에 승선했던 해군사관학교 학생들과 세월호의 단원 고등학교 학생들의 운명은 이토록 비극적으로 엇갈렸다. 뱃머리가 아주 물속으로 사라진 다음에야 정부 및 사건 관계자들은 계속 뒷북만 치고 있다. 사후약방문식으로 이미 때는 늦었다. 떼죽음을 당한 꽃봉오리 어린 영혼들이 다시 되살아 올 수 있을까. 얼마나 애타게 살려 달라 몸부림치며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을까.
한 시간 이상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500명 가까운 생명을 책임져야 할 선장은 먼저 도망쳤다. 선장의 위기대응 능력이 흐려졌다면 조타실에 모였던 선원들 중 한명이라도 승객구조작업에 나섰어야만 했다. 아부 아첨에는 능수능란한 그들의 직업윤리나 생명의 존엄성은 아예 침몰되어 버렸고 양심은 썩어 버렸다.
차라리 그 배를 타지 않았더라면... 금쪽같은 어린 아이들을 사지에 몰아넣은 참사의 책임은 학교당국에도 있다. 선한 목자는 양들을 사자로부터 보호하고 절벽이나 깊은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잘 인도한다. 미리 위험을 헤아리지 못하고 학생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무책임한 학교에 어떻게 어린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지난 겨울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도 바로 엊그제만 같다.
컴퓨터 앞에서 손가락 한번만 눌리면 10분이내로 선박의 안전도와 선장의 자격을 금방 헤아릴 수 있다. 출항 전 선박의 안전에 이상이 있을 경우 여행을 취소하고 즉각 학생들을 하선시켰어야만 했다.
검찰 해경 항만청에서도 조타장치결함 과적화물 부적격 항해사들을 왜 미리 지적하지 못했는가. 아마도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관행대로 적당히 검사를 통과시켰을 것이다. 엉터리 선장은 오래 전에 갈아치웠어야 했다.
병원 환자는 수술받기 전 반드시 외과의사와 마취의사의 자질을 점검한다. 술 냄새가 나거나 감기든 의사는 수술실 안에 들어올 수 없다.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한명의 환자가 발생해도 비행기는 회항한다. 대통령 전용기는 특별 안전점검에 최고의 파일럿이 운항을 맡는다. 3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움직인다면 300번 이상의 안전 점검은 필수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이런 안전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안전의식의 부재는 생명의 존엄성을 가벼이 여기는 것을 뜻한다.
어이없는 인재로 죽어간 수많은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온 나라를 뒤덮는다. 우중에도 불구하고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렬은 끝이 없다. 줄줄 흐르는 눈물은 언제나 마를 것인가. 어른들의 무책임과 비양심적인 관행으로 죄 없이 희생된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대한민국이 움직이고 바뀌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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