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을 앞두고 전여옥 전 의원이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단지 옛 주군에 대한 서운한 마음에서 그녀 특유의 독설을 퍼붓는 것이려니 여겼다. 구 한나라당 대표 시절 그의 대변인으로 가까이서 모시며 전여옥이 본 박근혜는 한마디로 대통령 ‘깜’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무렵 나 역시 바로 이 발언대 지면에 감히 ‘대통령이 돼선 안 되는 사람’이란 제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내가 박근혜를 반대한 이유는 일부에서 주장하듯 그가 ‘독재자의 딸’이라서가 아니라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기엔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소양과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더해 자칭 ‘준비된 여성대통령’임을 줄곧 내세웠지만 ‘박정희의 딸’이란 것 말고 그가 과연 국가를 경영할 만한 능력과 자질이 있는 지도자인지 전혀 확신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던 박근혜는 어쨌든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취임 후 1년여 만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마침내 앞서 회자된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리더십과 국가 위기관리 능력에 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게 됐다.
지난달 16일 탑승자 476명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선장 이준석과 선원들은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재빨리 탈출해 목숨을 건졌지만 배 안에 남아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던 일반 승객과 어린 학생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배가 가라앉기까지 어쩌면 생존자 전원을 구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2시간 20분이란 절체절명의 천금 같은 시간이 있었지만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단 한사람도 살아 나오지 못했다.
한 척의 여객선 침몰사고조차 제때 수습하지 못해 승객들이 떼죽음당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 속에 이른바 준비된 여성대통령 박근혜 정부의 국가 재난관리 능력이 ‘설마 저 정도일 줄이야…’라며 탄식했다. ‘만일 저토록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 재임 중에 한반도에서 전쟁과 같은 국가 비상사태라도 발생한다면… ?’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이들의 시신을 건져내고 보니 손가락이 모두 부러지고 손톱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무책임한 어른들의 말만 믿고 끝까지 구조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최후의 순간 차디찬 물속에서 살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겠는가를 생각하면 비통한 마음에 가슴이 찢어진다.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삶은 평생 죽은 삶이라 했다. 이번 사고로 작은딸을 잃은 한 엄마(50)는 대한민국을 버리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 정리하고 떠날 거예요.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유족의 분노와 슬픔을 박근혜는 모른다. 안다면, 참사가 빚어진 지 14일 만에야, 그것도 유족 앞이 아닌 국무위원들 앞에 ‘앉아서’ 마치 사돈 남 말 하듯 건성으로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는 부패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과 정부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민심이 들끓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기 전에 부디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더불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럴 각오가 아니라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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