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한달 간 세월호 침몰로 나라 전체가 사고 해역인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처럼 거세게 풍랑이 일고 있다. 아직도 세월호는 뉴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연일 보도되고 있는데 이런 좋지 않은 일에 빠져 있음은 국가나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특히 졸지에 멀쩡한 자녀와 부모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애통하기 그지없는 심정이다. 하지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노릇이니 슬픔을 딛고 일어나 하루 빨리 기력을 되찾아 정상생활로 복귀하기를 바란다. 이는 또한 희생자도 국민도 원하는 일일 것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은 이미 대부분 밝혀졌고 정부도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차분히 그 결말을 기다려 보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47년 전 5월에 있었던 이야기다. 필자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었다. 돌아오는 날, 공항에 나갔더니 악천후로 이륙이 유보됐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귀가시간에 맞춰 일가친척들을 모이도록 했기 때문에 크게 낭패가 됐으나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승객 중에는 신혼부부가 많았다. 그들 중 일부 사람들은 항공사 측에 심한 욕설과 삿대질을 하면서 당장 비행기를 띄우라고 했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약속과 사정이 있었으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모한 요구임을 느꼈으나 그때의 분위기와 그들의 거센 항의에 말 한마디 못하고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불평을 하려면 그런 날씨를 준 천지신명께 해야지 오히려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항공사 직원에게 대책 없이 해대는 것은 전후사정을 망각한 행태였다. 세월호 사고를 접하고 그 후에 일어난 여러 정황을 보고 있자니 그 당시 떼쓰고 큰소리 치던 몰지각한 사람들이 새삼 떠올라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세월호 사고는 인재임을 귀가 따갑게 듣고 있다. 배를 불법으로 개조하였고 승객과 짐과 차량을 과적하였고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고 평형수를 조작하였고 이런 사항들을 거짓으로 보고하였고 감시기관도 눈감아 주었다. 여기에 사고 시 승무원들의 직무유기와 도덕불감증이 보태져 더 큰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그렇다고 그동안 세월호에는 관련법이나 안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든 인재사고는 법이나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를 실행해야 할 사람들이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국민들이 유독 준법정신에 약한 이유는 한국사회에 뿌리 깊이 깔려있는 신뢰성 결여 때문이다. 서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은 국민들이 정직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정직하지 않은 국민성은 국민적 합의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뿐더러 제 각기 자신의 먹이만을 찾아 살아가는 동물사회를 만든다.
시위하는 젊은 엄마들을 보았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참가했다는 사람들이 어린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위험에 노출된 길거리를 행진하고 있다니... 무지해서 그런가, 무슨 속셈이 있어서인가, 아니면 촛불시위의 단맛을 잊지 못해서 그런가?
정몽준 의원이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후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잘못에 용서를 구하는 것을 보았다. 아들의 말에 용서를 바라기 보다는 정당한 말이나, 소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비뚤어진 상황이 안타까워서 흘리는 눈물로 여겨지는 것은 어쩐 일일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