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동해병기법안이 버지니아 주하원 교육소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은 스캇 링검펠터 의원의 돌발행동이 전부가 아니었다. 법안 좌초 위기를 목격하고 화들짝 놀란 한인들의 반응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4대4 동률을 이뤄 다시 표결이 있게 된 다음 날인 3월5일. 새벽부터 애난데일 K-마트 앞으로 한인들이 속속 집결했다. 리치몬드, 뉴폿뉴스 등 의회 접근이 비교적 용이한 지역에 살고 있는 한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어렵다는 생각에, 또 일본의 방해로 다된 밥에 코 빠트리는 꼴이 되면 안된다는 위기감에 한인들은 너도 나도 나섰다.
그날 한인들은 회의장은 물론 좁은 복도까지 가득 메웠다. 몇몇 일본 TV 기자들은 인파에 막혀 표결장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의원들도 갑자기 몰려든 한인들을 보고 놀란 눈치였고 그 이후 법안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피터 김 회장은 이날 운집한 한인이 350여명 정도였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의회 개원 이래 유래가 없는 단체 로비와 집단 시위는 법안이 주하원 교육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고 의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화제 거리가 됐다.
교육 전체회의 표결은 압도적인 승리였다. 19대3. 헤스터, 브링크 등 소위에서는 반대를 했던 사람이 찬성으로 돌아선 반면 랜디스 위원장(공화)은 법안 적극 지지라는 공화당의 입장과 달리 반대표를 던져 한인들의 아쉬움을 샀다.
본회의에서도 몇몇 의원들이 법안 취지는 이해하나 만일 한번 통과가 되면 유사 법률들이 계속 제출될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반대 발언을 했지만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결과는 찬성 82, 반대 16.
본회의장 방청석과 대기실에서 투표를 지켜본 한인들은 밖으로 나와 의회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수고했다며 서로를 격려하는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본회의 표결 전에 팀 휴고 의원(공화)은 한인단체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전 한인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동료들에게 암시했고 마크 김 의원(민주)는 부모 세대가 나라와 주권을 잃고 일본어를 강요당했던 역사를 언급하며 긴 연설을 해 주위를 감동시켰다.
캠페인 관계자들과 한인 지지자들은 이제 주지사 서명만 남았다며 벌써부터 축하 행사 준비를 구상하며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법안 반대자들의 마지막 몽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초당적 지지로 하원을 통과한 법안이 상원에서 당연히 교차 승인될 줄 알았는데 폐기돼버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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