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선도 붕괴되나”
두 달 넘게 지속된 환율 하락세가 속절없이 이어지면서 ‘1달러=900원대, 100엔=900원대’ 시대가 임박했다. 국내외 요인으로 볼 때 환율 세 자릿수는 시점의 문제일 뿐 연내 도래가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11일 종가 5년10개월래 최저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1일 종가기준으로 원화는 달러당 1,015.7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8월1일(종가기준 1,014.6원) 이후 5년10개월 만에 최저치다. 12일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0원 오른 1017.7원에 소폭 상승했지만 1020원선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1,080원선에서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20일 만에 1,030원대로 급격히 주저앉았다가 이후부터 비교적 완만한 하향 곡선을 보이고 있다. 원·엔 환율도 비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3일 100엔당 1,000원선이 깨진 이후 990원선까지 계속 위협하고 있다. 한때 1,500원에 육박했던 것에서 30%나 절상된 것이다.
■올 하반기 세 자릿수 진입 전망
시장에서는 하반기 세 자릿수 환율이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쓰비시 도쿄UFJ는 연말에 달러당 환율이 975원, 웰스파고는 990원, 크레디트스위스는 975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전보다 50~70원 하향 조정한 것이다.
미국 경기회복과 양적완화 마무리에 따른 달러 강세 요인을 들어 세 자릿수 환율시대 도래시기를 내년으로 점치는 시각도 있기는 하다. 모건 스탠리는 내년 1, 2분기 환율전망치를 각각 980원, 960원으로 잡고 있다.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세 자릿수 환율 진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였던 시기는 1997년 12월 자유변동 환율제도로 이행한 이래 2006년 1월∼2008년 4월간 약 27개월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원인
최근의 원화 강세 기조의 배경에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있다.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외환을 끊임없이 시장에 내다 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707억3,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한국이 새로운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게 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증권시장과 채권시장에 지속적으로 들어온 것이 추가 요인이 됐다. 경상수지 흑자 누적으로 지난해에도 원화 강세 요인이 있었으나 미국 양적완화 축소 예고 등 각종 불확실성 이슈로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다가 올해 들어 하락 압력이 본격화됐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진단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경제변수가 움직일 때는 양면성이 있다”며 “원화 강세에 엔화 약세까지 더해져 수출 쪽에 좋지 않은 뉴스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그간 수출 드라이브에만 주력하다 보니 원화 저평가로 수출 대기업만 이득을 봤는데 원화 강세가 이런 문제를 일부 해소해 주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 지속과 유럽중앙은행(ECB) 결정으로 글로벌 자금 유입이 더 늘고 있어 원화 절상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결국 속도가 관건”이라면서 “경상흑자도 수출 자체가 잘 됐다기보다는 내수 부진에 따른 불황형 흑자의 구조를 보이기 때문에 외환당국이 경제주체들에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어느 정도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리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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