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주 광장서 넘어뜨려 옷 벗기고 때리기도
▶ 대통령이 직접 사과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취임식이 거행된 지난 8일,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력 사건으로 새로 출범한 이집트 정부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건 당일 BBC 방송이 올린 동영상을 보면 사건은 타흐리르 광장에서 한 무리의 남성들이 모녀로 보이는 두 명의 여성을 향해 “기독교인”이라고 외치면서 시작됐다.
겁에 질린 두 여성은 도주를 시도하자 사방에서 몰려든 수십명의 남성들이 이들을 붙잡아 땅에 내동댕이친 후 “알라는 위대하다” 등의 구호를 외쳐가며 뭇매를 가했다.
2분 분량의 동영상은 폭행을 가한 남성들이 젊은 여성이 입고 있던 검은 셔츠를 강제로 벗기는 장면과 나체 상태의 피해 여성이 엉덩이 등 하체에 큰 타박상을 입어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 등을 보여준다. 이 영상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이 공중을 향해 권총을 발사, 광분한 남성들을 위협한 후 피해 여성을 끌어내 차량에 탑승시키는 장면도 담겨 있다.
타흐리르 광장은 지난 2011년 무바라크 장기독재 체제를 무너뜨린 ‘카이로의 봄’ 민주화 시위의 진원지다. 그러나 민주화의 성지라는 명성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 숱한 성폭행 사건으로 얼룩졌다.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2011년 2월에는 미국 CBS 방송의 여기자 라라 로간이 취재 중 남성들에게 끌려가 집단 성추행을 당했고 그해 10월에는 프랑스24 TV 기자가 성폭행을 당했다.
8일 발생한 사건과 관련, 하니 압델라티프 이집트 내무부 대변인은 체포된 용의자 7명의 연령대는 15~49세로 이들이 영상에 나온 성폭력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8일 하루 타흐리르 광장에서만 27건의 성폭력 사건이 고발됐다고 덧붙였다.
이집트에서 성폭력은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현지 인권단체들은 공공장소에서 집단 성폭력은 이집트의 가부장적 문화와 뿌리 깊은 남녀 차별의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엘시시 대통령도 국방부 관료였던 2011년 4월 “여성들을 성폭행으로부터 보호하고 군경이 성폭행범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처녀성 검사가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엘시시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 여성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해 사과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해 발표된 유엔 성평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 여성의 99.3%가 성범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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