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고 세월이 흘러가면서 옛날에 어른들이 하신 말씀이나 한자성어가 ‘진짜 맞는 구나’라고 수긍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난다. 옛날에는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마음 상하던 일을 ‘그럴 수도 있겠네’ 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데는 어르신들의 지혜와 옛 성현들의 교훈을 통해 사람과 형편을 대하는 이해의 폭이 넓어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상담을 하면서 ‘이건 아닌데’라고 자주 생각하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바로 ‘이심전심’이다.
송나라의 중 도언이 기록한 ‘전등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석가가 어느날 제자들을 불러 모으고 말없이 그들 앞에서 연꽃 한 송이를 집어 들어 보였다. 제자들은 석가가 왜 그러는지 그 뜻을 알 수 없었으나 가섭만은 그 뜻을 깨닫고 ‘빙긋이 웃었다'. 그제야 석가도 빙그레 웃으며 가섭에게 불교의 진리를 전수하였다고 한다.
말이나 글이 아닌 마음과 마음으로 전하였다고 한데서 ‘이심전심’이 유래되었다. 현대어로 표현한다면 ‘텔레파시’ 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이처럼 말과 글의 표현 없이 빙그레 웃는 미소나 슬픈 표정, 또는 화난 얼굴만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약 그런 사람이 떠오른다면 참으로 큰 복을 누리고 있음에 감사하자.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그렇지가 못하다. 특히 부부들은 상대의 표정을 어림짐작 추측으로 오해하고, 그로인해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여성들은 상대의 표정이나 행동을 스스로 확장 해석하여 장편소설을 쓰며 슬퍼하거나 마음 상해 괴로워하는 일이 남성보다 많다. 아내들은 종종 “남편 표정만 봐도 알아요. 집에 오는 걸 싫어하는 게 얼굴에 역력해요.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얼굴에 써있어요”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부부상담을 하며 남편에게 듣는 진심은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린 후 집에 와서는 혼자 쉬고 있는 것뿐인데 아내들은 그런 남편의 표정을 읽고 ‘집에 오는 게 싫구나’ 혹은‘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 저런 표정을 짓지’라고 단정 짓곤 한다. 남편이 “내가 오늘 직장에서 많이 피곤해서 혼자 한 시간만 쉬고 싶어” 라고 한마디만 해주었어도 아내는 그런 추측과 상상으로 괴로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부가 상담 중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그걸 말로 해야 하나요?” 이다. “여자는 귀를 통해 사랑에 빠지고 남자는 눈을 통해 사랑에 빠진다” 라는 말처럼 아내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남자에게 빠지며, 결혼 후에도 남편에게서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듣고 싶어 한다. 그런데 남편은 “꼭 그걸 말로 해야 하나요?”라고 되묻는다. 분명한 사실은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모른다는 것이다.
반대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아내들은 남편이 스스로 알아서 주말에 함께 있어주고, 말하지 않아도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겨주기를 바란다. 남편이 아내에게 주말에 친구들과 골프를 치고 와도 되냐고 물었다고 한다. 아내는 속으로 섭섭했으나 이미 마음이 상해서 허락을 했다고 했다. 남편은 골프를 갔다 왔더니 아내가 화가 나서 크게 다퉜다고 했다. “싫으며 가지 말라고 말을 하지 그랬냐”는 남편에게 아내는 “가라고 해도 안갈 줄 알았다. 꼭 말로 해야 아느냐?”고 말한다.
사람들을 만나서 상담을 하면 할수록 드는 생각이 “사람은 말로 해야 안다”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알겠지”란 생각은 위험한 기대를 낳고, 결국 나를 슬프고 외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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