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레비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정보 커뮤니케이션 박사이다. <집단지성>이라는 저서에서 그는 “집단지성이란, 인간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풍요로워 지는 것이다. 집단지성의 이상은 인간 각자의 역량을 식별하고 동원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라고 피력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집단지성에 의하여 발달하여 왔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난해한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에 정신을 빼앗기곤 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국민성으로 ‘단결심’이 꼽히는데 과연 그 단결심은 어디에서 기인하였는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일본은 섬나라다. 심한 폭풍과 폭우를 만나는 일이 잦다. 그 무서운 악천후를 이기고 살아남으려면 그들 나름의 노하우가 있어야 했다. 혹독한 강풍과 폭우가 휘몰아쳐오면 혼자로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길이 없었다.
그런 위기가 오면 그들은 즉시 물이 많이 밀려들지 않고 바람막이가 될 만한 곳으로 모두 모인다.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원을 만든 후, 원을 압축하여 가며 단단히 뭉친다. 중심부에는 어린애들을 배치하고 모두 땅에 찰싹 엎드려서 그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고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는 묘책이었다. 그때 홀로 존재할 경우 개인이 가진 어떤 능력도 위력도 재력도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연의 횡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길은 단결뿐이었다. 집단지성의 위력을 간파한 것이다. 생명과 직접 관계가 있으니 어찌 집단의 대열에서 이탈할 수가 있겠는가? 단결이 자연스럽게 유전인자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고국은 산 좋고 물 맑은 기름진 땅이다. 정 많고 머리 좋고 부지런한 민족이 사는 땅, 힘깨나 쓴다는 나라들이 넘보지 않을 수 없는 매력적인 땅이다. 지난한 세월을 살아온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피도 흘려 보았고, 울분도 참아보았고, 배도 고파본 한 많은 민족이다. 이런 수난의 경험을 돌아보며 이제 우리도 단결하고 합심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모국에서 들려오는 불협화음은 늘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가여운 어린 영혼들을 물속에 버리고도 개선책 마련에 집중하기보다 그 사건을 가지고 싸우고 또 싸운다. 지금은 어느 개인의 의견을 자랑할 때도 아니고 내 이익만을 위하여 싸울 때도 아니다.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너와 나의 지성을 모아야 할 때임을 알자. 경쟁관계에 놓인 사람들도 협력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공유함으로써 창조할 수 있다.
집단지성은 기술과 조직의 측면 못지않게 윤리와 미학의 차원이 중시된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우리의 지성을 함께 모을 때이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위한 ‘배려’라고 한다. 배려란 상대를 위하여 나의 정성과 사랑과 시간과 물질을 내어놓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남을 위하여 가슴을 열고 보살펴주는 일은 아름답다. 반대하기 위한 반대를 일삼고 무엇이 애국인지 사람다움인지를 모르는 싸움들은 허망하다. 나만 옳다고 하지말자.
이 땅에서 수십 년을 살아도 동방의 그 작은 나라에 내 마음이 있는 것은 내 근원이기 때문이리라. 집단지성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한 몫을 하는 인간으로 살 수는 없을까. 협력하는 능력이 새로운 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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