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미드타운의 한 한인 델리는 지난달 렌트 압박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았다. 10년전 월 렌트 1만달러이던 가게를 랜드로드가 4만5,000달러로 올린 것. 불경기 여파와 칼 같은 단속 바람에도 단골들을 확보하며 꿋꿋이 버텨왔지만 업주 A씨는 결국 리스 재계약을 포기했다.
어퍼이스트의 한 세탁소 업주 B씨는 5년 이상 끌어오며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던 인근 지하철 공사가 끝나가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랜드로드가 2배 가까운 렌트 인상을 요구, 재계약에 제동이 걸렸다. B씨는 “10년간 오른 세탁비를 계산해봤자 결국 한 벌당 몇십 센트에 불과한데 그럼에도 렌트를 대폭 올리는 것은 나가라는 뜻 아니겠느냐”며 폐점을 결정했다.
최근 맨하탄 소재 한인 소상인들이 리스 재계약에 줄줄이 실패하면서 무더기 폐점이 발생하고 있다. 뉴욕한인드라이클리너스(회장 김상균)에 따르면 지난달 맨하탄에서만 5곳의 한인 세탁업소가 문을 닫았다.
김상균 회장은 “리스 계약이 돼 있는 동안에는 일정 금액 이상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테넌트들의 부담이 덜한데 갱신을 해야 하는 경우 랜드로드들이 터무니 없는 렌트를 요구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인건비, 유틸리티, 서플라이 가격까지 올라 실질적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황당하리만치 렌트를 인상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탁소 외에도 델리, 네일, 뷰티서플라이 등도 리스 재계약에 실패, 폐점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렌트 인상에 부동산세 부담까지 가중되며 최근 맨하탄의 한 대형 한인 네일 업소는 폐점하는 사태를 맞았다.
3만달러이던 렌트를 5만달러로 랜드로드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결국 재계약을 포기했다는 것. 뉴욕한인네일협회의 한 관계자는 “렌트가 크게 오르면서 덩치가 큰 사업을 맨하탄에서 하기가 이제는 어려워졌다”며 “부동산세까지 오르면서 업주 부담이 커졌는데 위험을 감수하고 큰 규모의 사업을 시작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에 맞춰 렌트를 올려 한몫 잡으려거나 건물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기존 테넌트를 내보내려고 몇배에 달하는 렌트를 재계약시 요구하기도 하는 랜드로들의 횡포가 렌트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업계측은 전했다.
김성수 뉴욕시 소상인총연합회장은 “폐점을 하고 나온 업주가 다른 곳에서 사업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라며 “오른 렌트에 일부 랜드로드들은 키머니까지 요구하는 마당에 그 큰 부담을 어떻게 안고 사업을 다시 하겠느냐”며 “이런 상태에서는 앞으로 소상인들의 투자를 보장할 수가 없으며 뉴욕을 떠나는 소상인들의 러시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상용건물주의 횡포를 막기 위한 상가렌트 구속 중재안이 본격적인 입법화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별한 범법 사유나 건물 파손 등의 이유가 없다면 기존 테넌트에게 리스재계약 우선권을 제공하고 테넌트와 랜드로드간 희망렌트 차이가 클 영구 중재기관이 중재에 나서도록 하는 이 법안은 지난달 뉴욕시의회에 상정됐다. 뉴욕소상인총연합회는 입법화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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