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일 공격에 탑승객 전원 사망…냉전과 내전의 애꿎은 희생
말레이시아 보잉777 여객기가 추락한 지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
17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보잉 777 여객기 피격은 1983년 소련에 의한 대한항공(KAL) 여객기 격추사건을 연상케 한다.
탑승객 295명 전원이 사망한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우르라이나 정부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세력은 여객기가 상대방 미사일에 피격됐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여객기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쿠알라룸프로 향하던 중이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트위터를 통해 이 여객기와의 교신이 암스테르담에서부터 끊겼고 마지막으로 위치가 확인된 것은 우크라이나 상공이었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 여객기가 추락한 곳이 러시아 국경에서 약 6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샤흐툐르스크 부근 토레즈로, 이곳에서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이 전투를 벌여왔다고 전했다.
31년 전인 1983년 뉴욕에서 출발해 9월1일 오전 6시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대한항공(KAL) KE-007도 미사일 공격으로 탑승객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KAL 여객기는 도착 2시간30여분 전인 3시23분 일본 북해도 근해에서 연락이 두절됐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예정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으로 들어갔다.
당시 KAL 여객기에 미사일을 발사한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 오시포비치 조종사는 정찰기로 확신하고 격추했다고 지난해 9월 러시아 시사주간지 ‘아르티 이 팍티’와 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오시포비치는 지상에 있는 상관으로부터 명령을 받고 4발의 경고 사격을 했으나 KAL기가 경로를 변경하지 않아 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진술했다.
우리 정부는 KAL 여객기가 피격된 그해 9월12일 미국을 통해 소련에 배상을 요구하는 외교문서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소련은 국교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KAL기가 격추될 당시 세계 정세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냉전의 대결구도가 막바지 절정으로 치닫던 상황이었다.
당시 양국은 첩보활동을 위해 상대국의 영공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소련이 KAL기를 정찰기로 오인했다는 주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사건도 우크라이나의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지역의 상공에서 일어났다. 내전의 긴장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민간항공기에 타고 있던 수백명의 목숨이 희생된 것이다. 냉전 속 애꿎은 피해를 당한 KAL기 사건의 재판인 셈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