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이 아이 건져 구조할 때까지 안전조치 안 취해
▶ 물까지 토했는데… 위탁업체 ‘빠진 거 아니다’ 주장
서울시가 민간위탁을 맡긴 망원한강공원수영장에서 한 아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수영장에 놀러온 시민 이모씨가 카메라로 친구를 찍다 우연히 촬영한 사진에서 사고 장면만 잘라냈다. 이씨가 친구에게 소리를 질러 아이를 구했다.
지난 12일 토요일 오후 2시. 친구들과 망원한강공원수영장을 찾은 직장인 이모(27)씨는 성인용 풀에서 물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창 물놀이를 하던 이씨는 잠시 물 밖으로 나와 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친구의 사진을 찍었다. ‘휘리릭’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20대 초반의 여성 안전요원이 사진용 포즈를 취하던 친구에게 모자를 쓰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친구에게 쓰고 있던 모자를 던졌다. 물에 뜬 모자를 건지기 위해 걸어오는 친구를 보고 있던 이씨의 눈에 한 꼬마아이가 들어왔다. 5~6세 남자아이가 구명조끼도 안 입고 혼자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이씨는 안전요원을 쳐다봤다. 안전요원도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씨는 다시 아이를 봤다. 물놀이 중인 줄만 알았던 아이가 허우적대고 있었다. 놀란 이씨는 친구에게 "애 빠졌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친구는 아이를 건져 물 밖으로 데리고 갔다. 건질 때부터 물을 토하던 아이는 드러누워 엄마를 찾으며 자지러지게 울었다. 안전요원이 모든 과정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화가 난 이씨 친구는 안전요원에게 "이 사람아, 애가 빠졌잖아"라고 항의했다. 안전요원은 그제야 우는 아이를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잠시 후 엄마를 찾는 아이가 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 사례는 이씨가 기자에게 제보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씨 제보의 요지는 ‘망원한강수영장 성인용 풀에서 허우적대던 꼬마를 친구가 건져 올렸는데 안전요원이 구조 과정을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안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요즘, 서울시가 관리하는 수영장에서 어떻게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걸까.
이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안전요원이 최소한의 응급처치 교육도 안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모든 상황을 다 지켜봤지만 친구가 소리칠 때까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수영 신동도 아니고 혼자 성인 풀에 들어가서 잠수 쇼를 하겠느냐"면서 "유아 풀, 청소년 풀, 성인 풀이 따로 있는데 아이가 보호자 없이 성인 풀에 있었다. 신장 제한이 있을 텐데 아이의 입장을 제지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전요원 A씨의 주장은 달랐다. 그는 "당시 상황을 기억한다"면서 "풀에 있던 한 젊은 남성이 아이를 물 밖으로 데리고 나온 건 맞지만 아이가 물을 토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오래 잠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지켜보고만 있었던 건 바로 내 앞에 있어서 충분히 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설사 아이가 빠졌더라도 안전교육을 많이 받아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이에게 ‘물을 먹었느냐’ ‘배가 아프냐’고 물었지만 엄마만 찾아서 사무실에 데려가 안내방송으로 엄마를 찾아줬다"고 말했다.
A씨는 안전요원 자격을 갖춘 걸까. 예지컴퍼니 측은 "수상안전요원자격증이 있으면 누구나 안전요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체육학과에 다니는 20세 여학생이었다. 그는 "한국수영경영자협회가 발급한 수상안전요원 자격증을 갖고 있고 생활체육지도자연수원에서 연수도 받았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장 때부터 일하고 있는데 그런(아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상황이었다면 대처를 안 했을 리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A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실언을 했다. ‘A씨 주장대로 아이가 잠수 놀이를 하고 있었다면 왜 물 밖으로 나와 자지러지게 울었겠나’라고 묻자 A씨는 "물에 빠졌으니 당황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가 ‘아이가 물에 빠진 걸 인정하느냐’고 재차 묻자 A씨는 "아저씨가 건져 올렸으니 일단은 빠진 게 맞다"고 했다.
서울시에서 위탁을 받아 망원한강수영장을 운영하는 예지컴퍼니의 관계자는 "무슨 의도로 언론사에 제보했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며 제보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 사고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강사업본부 공연기획과의 이모 주무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허가 조건을 미이행하면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관리ㆍ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담당하는 수영장이 네 개나 된다. 하루 종일 수영장만 지켜볼 순 없다"며 "난 지은 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고가 실제로 일어난 게 맞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 주무관의 상사인 이모 과장은 "충분히 교육을 받은 전문가인 안전요원이 당시 상황을 보고 있었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서 "수영하다 보면 어른들도 물을 뱉어내고 하지 않느냐. 아이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안전요원이 가만있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제보자 말 대로 위급상황이 있었다면 아이 부모가 펄쩍 뛰고 난리가 났을 텐데 그런 일이 없었다고 들었다"면서 "부모가 수영을 잘하고 잠수 실력이 뛰어난 아이에게 성인 풀에서 놀게 하고 한눈을 팔았을 수도 있다. 부모가 항의한다면 이해하겠지만 이 사고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자가 ‘대여섯 살배기 아이가 자신이 겪은 일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이 과장은 "요즘 애들은 말을 잘한다. 위급상황을 겪었다면 엄마에게 ‘엄마, 나 물에 빠져 죽을 뻔했어. 큰일 날 뻔했어’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강사업본부 측은 "2004년 서울시가 관리하는 수영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유족에게 10억원가량의 보상금을 준 적이 있다"면서 "위탁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해 보상금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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