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 전에 이태리 로마에 있는 베드로 성당에 가 보았던 기억이 있다. 하도 짧은 시간에 쫓기듯 하는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수많은 작품들을 둘러보며 지나가서 다른 작품들은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는데 베드로 성당 입구 우측에서 보았던 ‘피에타’ 조각품이 지금도 나의 눈과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고 아직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작품은 21세의 미켈란젤로가 하나의 커다란 대리석 덩어리를 가지고 서기 1498년에서 1500년까지 2년 사이에 만들어진 조각품이다. 당시 유대교 종교지도자인 제사장의 모함으로 그 시대의 극형인 십자가에서 죽으심을 당한 육신의 아들 예수님의 시신을 가슴에 안은 어머니 마리아를 젊은 여인의 모습으로 조각하였다.
이 어머니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인간 최악의 극한의 고통, 생때같은 자식이 무고한 죽임을 당했다는 처절하고 가슴을 찢어내는 어머니의 아픔 그 이상의 고통과 아픔이 있겠는가? 여기서 오는 분노의 감정을 격렬한 흥분으로 나타내지 않고 그 아픔을 내면으로 삭이는 모습이다.
인간사의 수많은 비극적 사건 사고는 억제력을 잃은 흥분으로 이성을 잃고 순간적으로 행한 말과 행동과 감정의 폭발이 개인이나 사회에서나 국가적으로 큰 비극을 불러왔던 것이다.
순간적인 흥분과 폭발하려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인격자요 명품인생이 아니겠는가? 원래 이 조각은 하나의 큰 덩어리 돌이었으나 유능한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눈은 인류를 죄와 파멸에서 건져내, 인내와 자비와 사랑으로 구원의 역사를 이루는 거룩한 형상이 담겨있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조각가는 2년간 수고의 땀을 흘려 그 돌덩이에서 그 거룩의 형상을 끄집어내었던 것이다.
그 거룩의 형상을 덮고 있는 불필요한 조각 하나 하나를 찾아 정으로 쪼아 내고 끌로 다듬어 내고 깨어내고 갈아 내어 얼굴의 형상, 눈의 모습을 찾아내고 오뚝한 코의 높이를 다듬어 내고 꿈틀거릴 것 같은 근육을 끄집어내고 미풍에도 하늘거릴 것 같은 옷의 주름을 찾아내었다.
그 거룩의 모습을 감추고 덮고 있었던, 흉하고 아름답지 못하며 잘못된 모든 것을 세밀하게 찾아 깨어 내었을 때 그 곳에는 사랑과 거룩함의 모습만 남게 되었다.
인생에도 우리의 영혼과 거룩함의 모습을 덮고 있는 탐욕, 시기, 질투, 내 이웃을 비방하고 스스로 교만에 빠지는 잘못된 허물, 그리고 허영도 세밀하고 심각하게 찾아내어 떼어낸다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과 신(神)의 성품을 닮은 거룩의 모습이 남고 어려움에 처한 내 이웃을 돌아 볼 수 있는 명품 인간이 되지 않을까?
이 생각에 그 오래 전에 보았던 ‘피에타’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며 마음 한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신의철<은퇴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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