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여일이 지났다 그 동안 우리는 슬픔과 고통 그리고 절망을 경험했다. 너무 아프고 견디기 힘들어서 외면도 하고 싶었고 그냥 체념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프고 고통스러워도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만한 또래의 아이들을 길렀거나 기르고 있고, 또는 기르게 될 부모이자 친척, 친지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유가족의 뼈아픈 한마디가 생각난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질 때 그런 일은 남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지냈습니다. 그때 그랬기 때문에 나와 내 자식에게 이러한 일이 생겼습니다. 여러분이 나에게 일어날 일이 아니라고 그냥 넘기면 이런 참사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특별법을 제안하고 그것을 위해 거리에서, 국회에서 단식하며 받아들여지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 같으면 자식 잃은 슬픔에 내 자식 살려내라고 떼도 쓰고 앞으로 남의 안전이고 뭐고 관심조차 없이 마냥 슬퍼하며 몸져 누워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어이없이 무참히 세상을 떠난 자식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힘들고 고달픈 시위를 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참사 없는 사회를 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지 입학특례나 의사자 지정 요구와 같은 것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유가족들이 그것을 주장하는 것처럼 호도돼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심지어는 그들을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며 어처구니없는 주장으로 그들을 매도하기도 한다. 이는 유가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구원파 유벙언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 일당들이 잡히거나 자수를 한다고 방송에서 소리 높여 발표한다. 하지만 유병언이라는 사람이나 구원파를 응징함으로서 세월호 참사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월호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 있으면 그에 응하는 대가를 치러야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세월호 사고가 우리의 희망인 아이들이 무참히 수장되는 대형 참사가 될 때까지 아무런 구조조치도 취해지지 않았고 지휘체계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앞으로의 재발방지를 위해서 유가족들이 원하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포함한 특별법을 받아들여야만 하며 졸속으로 이루어진 여야합의의 특별법안은 파기되어야한다.
나도 반평생을 살면서 어쩌면 보수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 중 하나이다. 변화를 원치 않았고 안정을 추구하면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세월호 참사는 나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싸움판이라고만 여긴 정치에 대해 무관심했던 대가가 이렇게 큰 죄인지 이제야 깨닫는다.
그동안 우리가 외면하고 또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들. 나는 그것을 깨닫는 순간, 받아들이기에 너무 벅차고 힘들었지만 그 벽을 넘어서 진실을 알아가며 진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진실과 진리 앞에서 지금까지 나의 삶의 근간을 이뤄온 편견, 선입관, 오만이 있었다면 그것을 깨부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고 성숙된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나이가 칠순, 팔순을 넘어서 죽는 날까지 잘못된 편견과 인식을 부수어 트리는 젊은이로 살아가고 싶다. 우리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갖가지 몸에 좋다는 음식과 운동을 하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진정한 젊음이란 정의와 진리를 받아들이고 이것을 위해 말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이 시대에 이러한 젊은 생각을 가진 많은 어르신들의 현명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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