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아 학교로 돌아가며 한 가지 질문을 하자. 나를 가르치는 학교의 교육이론은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일까. 그것은 17세기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지식이능동적이고 실제적인 경험에서 생성되기보다 인간의 이성을 통해 관찰, 발견한 것을 수용함으로 습득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런 지식은 주변 동료와의 팀웍을 통해 생성된 것이 아니라 개인에 의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교육은 두 가지를 목표로 한다. 지식 전달과 지식 수용을 위한 훈육이다.
교실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진리를 발견해보겠다며 수동적으로 듣고만 있는 학생은 17세기에 머무르겠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구글 시대에는 신대륙, 방사선, 상대성 이론 등을 발견하는 과거의 방식을 뛰어넘어 무엇인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살아남는다.
그런 세상을 사는 학생이 교실이란 곳을 배움의 장소로만 여긴다면 낙오자로 남게 된다. 자신이 창출한 의미와 가치를 동료와 교사를 통해 테스트하며 구체화하는 장소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내일 수업시간에 인종차별에 관해 토론한다면, 자신이 직접 경험한 차별, 최근 발생한 미주리 주의 흑인 폭동, 그리고 차별의 역사 등을 오늘 구글을 통해 미리 살펴보고 그것들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 후 수업에 참여해서 자신의 생각을 평가해보는 것이다.
학교(school)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스콜레(schol?)에서 왔다. 스콜레는 “삶을 즐긴다”는 뜻이다. 본래 학교란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배우는 곳으로써, 학생이 평생 즐겁게 추구해보고 싶은 관심사를 알아보고 경험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돈과 취업이 우선순위로 등장하면서 즐거운 삶 주제는 뒷전으로 밀렸고, 공부는 재미없는 노동으로 변질되었다.
이제 와서 학교의 본래 모습을 되찾기는 불가능하다. 학생 개개인이 탈출구를 스스로 마련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의 첩경은 취학하기 전 어린아이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첫째, 어린아이는 무엇이든 잘 잊는다. 장난감을 놓고 조금 전까지 주먹다짐을 교환했던 친구라도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금방 돌아서서 서로 웃고 즐긴다. 쓸데없이 감정 소모만 불러오는 “지난 학기에 성적이 나빴는데…” 같은 마음의 앙금을 지우는 것이 최우선이다. 과거에 집착하는 끝자락에는 우울증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둘째, 어린아이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쉽사리 순종하지 않는다. 낙오자는 공부하고 싶을 때는 물론 공부하기 싫을 때도 한다. 공부하기 싫을 때 억지로 하면 피곤만 찾아오고 피곤은 공부에 진절머리를 느끼게 만들 뿐이다.
이런 학생일수록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순종형이다. 그에게 학교에서의 낙오는 곧 죽음을 뜻하기 때문에 울분이 진동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를 접고 책상에 앉는다. 무조건 순종하는 것은 위험신호다. 무엇엔가 억눌려있다는 증거일 가능성이 높기에 칭찬에 앞서 진단부터 해야 한다.
셋째, 어린아이는 강아지로 부터 배운다. 강아지를 차에 태우고 달리면 열린 창문으로 머리를 내놓고 바람을 즐긴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는 전혀 상관없다. 길에 나섰다는 사실과 어디론가 가는 과정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목적지, 즉, 결과에만 연연한다면 그것으로 인한 실망, 좌절, 분노가 찾아올 확률이 높다.
어린아이는 내일의 결과를 두려워하거나, 어제의 실수에 얽매이지 않고 오늘순간을 즐긴다. 어린아이의 생각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오늘 이 순간을 즐길 수 있을까. 그 집념이 탈출구를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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