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맨하탄 32가 한인타운에 나가면 서울 한복판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눈에 익은 한국 프랜차이즈들이 거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듬성듬성 보이던 한국 프랜차이즈들이 어느새 한인 상권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카페와 베이커리 업체들이다. 두 집 건너 한집이 카페일 정도로 넘쳐나는 한국에서 더 이상 자리가 부족했는지 중국과 동남아에 이어 미국으로의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카페가 전무했던 32가 한 블럭에만 지난 1년간 한국 브랜드 카페 3개가 들어섰다. 2년 전 맨하탄 타임스스퀘어 근처에 처음 문을 열었던 카페베네의 현재 뉴욕시내 매장 수는 10개 이상으로 늘었고,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한국의 1, 2위 베이커리 업체도 맨하탄과 퀸즈, 뉴저지까지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인 타운의 토박이 ‘동네 빵집’들까지 위협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인테리어에서부터 품질 관리, 마케팅, 홍보 등 하나부터 열까지 거대 대기업 자본이 움직이다 보니 동네 구멍가게(?)로서는 어찌 손을 써볼 방도가 없다는 게 한인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랄까. 거대 기업들에게 상도덕을 앞세워 ‘한인 이민자들의 상권을 보호해야 하니 이 지역에는 문을 열지 말라’고 요구한다는 것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씨알도 안 먹힐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수년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류를 앞세운 한국 브랜드들의 글로벌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세계의 수도라 불리는 뉴욕과 같은 목 좋은 곳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한인 로컬 업소들도 골리앗의 횡포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취재 도중 만났던 한 30대 식당 업주는 “최근 문을 닫는 20~30년이 된 한인 식당들을 보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옛날 방식을 고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더 좋은 재료를 쓰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등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트렌드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플러싱에 있는 한 카페는 우후죽순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카페들 속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맨하탄에서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곳은 최고급 커피 원두만을 사용하고 계절마다 독특한 음료 메뉴를 개발하는 등 남다른 노력으로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더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모으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대형 프랜차이즈와 맞선 로컬 업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지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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