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긴급 시리즈/돈세탁 사태로 본 자바시장 현주소
▶ 외상·늑장결제 횡포, 구조적 악순환 개업 첫해 90% 문닫아
경기불황에 임금인상, 치열한 가격경쟁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은 최근 마약 자금 돈세탁 사건이 발생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연방 수사당국의 멕시코 마약자금 돈세탁 사건은 일부 업소가 관련된 사건이긴 하지만 자바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오래 전부터 예상돼 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자바시장이 새로 문을 여는 업체들의 90%가 거의 1년을 넘기지 못한 채 간판을 내리고 있으며 매년 30%의 업소들이 소리없이 사라지는 ‘총성 없는 전쟁터’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2년을 버티다 문을 닫은 김모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쉬운 것 같아 다운타운에 진출했는데 들어가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고 회고했다.
자바 관계자들은 자바의 가장 큰 문제의 하나로 제품의 ‘가격’을 꼽고 있다. 대형 소매업체들이 물건을 주문하면서 가격을 후려쳐 시장가격을 교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들 대형 소매업체들은 대량 구입 등을 내세워 의류업체가 제품 하나 당 받아야 할 적정선 이하로 가격을 맞춰줄 것을 요구, 업체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이러다 보니 20년 전 가격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문제는 이 여파가 원단과 봉제까지 이어지는데 있다. 즉 의류업체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하청업체들에 결국 똑같은 요구를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갑’의 횡포와 외상거래 자바업계의 또 다른 구조적인 문제는 외상거래를 요구하는 ‘갑’의 횡포다. 의류 도매업자들은 소매업자들이 부리는 횡포에, 원단과 봉제는 도매업자들의 횡포에 각각 시름을 앓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원단업주들은 도매업자들에게 물건을 납품한 후 4개월이 지나기 전에는 쉽사리 결제를 요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도매업자들은 소매업체에 제품을 납품한 뒤 수개월씩 대금을 결제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원단협회 회원은 “4개월 이전에 결제를 요구하면 대번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며 “어느 순간 4개월간 외상을 주는 것이 업계의 관행처럼 굳어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샌피드로 홀세일 마트의 제이 김 사무국장은 “외상거래가 없는 업체는 정말 손꼽을 정도”라며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행처럼 돼 버린 외상거래 악습이 빨리 사라져야 자바시장의 건전한 상거래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디자인 도용20년 자바 베테런으로 수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김모씨는 몇 년 전 당한 실패를 잊지 못한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내놓은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자 디자이너를 늘리는 등 영업을 확장했는데, 이듬해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처음에는 원인을 몰랐지만 어느 날 자신의 업체에서 디자인했던 제품과 똑같은 제품이 시중에 팔려나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같은 디자인에 가격은 턱없이 낮으니 경쟁이 될 수 없는 상황인 셈이었다.
실제로 한 디자이너는 “일부 디자이너들의 주요 일과 중 하나가 백화점을 돌며 눈에 띄는 제품을 골라 디자인을 카피한 뒤 반품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리는 것도 자바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현금 거래 유혹 의류·봉제·원단업계를 통칭하는 자바시장이 현금을 돌리는 복마전으로 인식되게 된 것은 남미 바이어들과의 거래가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남미 바이어들은 거래 규모가 큰데다 수표가 아닌 거의 대부분 현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인 업소 측 입장에서도 생면부지의 외국인과 거래하면서 수표를 받는다는 것이 너무 위험해 현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의류 도매업체를 운영 중인 업주 B씨는 “당연히 카드나 수표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현금 결제가 업주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다”며 “수표는 부도가 날 수 있고 카드도 결제가 안 될 수 있는 변수가 많아 현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인업주들이 현금을 선호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세금보고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다운타운 자바를 향한 도전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적어도 1년에 수십 개 업체가 간판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준비 없는 자바 도전은 빚더미에 앉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샌피드로 홀세일 마켓에서 도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업주 K씨는 “매출 규모가 큰 집의 경우 괜히 큰 것이 아니다”며 “산전수전을 겪으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규모를 키웠다. 단순히 쉽게 돈을 벌기 위한 ‘한탕주의’로 이곳에 발을 들였다가는 돈만 날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구훈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