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송이 야상으로 유명한 고가의 점퍼. 사진=SBS ‘별에서 온 그대’
’6개월 전부터 대기명단에 이름 올리고 기다린 손님이 많아 찬바람 불기 전에 품절될 것 같아요’
청소년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등골 브레이커(아이들에게 옷을 사주느라 부모의 등골이 휜다는 뜻)’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노스페이스’에 이어 캐나다구스, 몽클레어를 필두로 ‘캐몽’이란 신조어를 만들 만큼 지난해 겨울 패션가를 달아오르게 했던 프리미엄 패딩 시장은 올 가을·겨울 시즌을 대비해 더 비싼 가격으로 중무장 하면서 제 2차 패딩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18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몽클레르 플래므(207만원), 제네브리에(257만원) 상품은 2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 사이즈는 일부 매장에서 8월부터 매진된 상태다. 18일 몽클레르 롯데백화점 소공동 매장 관계자는 “지난 겨울 인기상품이 조기 품절된 것을 아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미리 상품을 구입하려고 많이 찾는다”며 “맞는 사이즈가 입고되면 연락해 달라는 고객 전화도 하루에 수십 통씩 온다”고 귀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0일 이탈리안 고급 아우터 브랜드인 ‘미스터&미세스 퍼’ 단독매장을 본점과 강남점에 열었다. ‘천송이 야상’으로 국내에서 유명세를 탄 바 있는 해당 브랜드 제품의 가격대는 500만원에서 700만원이다. 모피의 종류에 따라 1000만원을 호가하지만, 개점 1달여가 지난 현재 열 벌 이상 판매가 됐다.
실제로 고가패딩 의류 판매가 급증하는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롯데백화점의 몽클레르 매출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32% 늘어났다. 이에 몽클레르 측도 현재 6개인 매장 수를 3개 이상 늘려 물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파산 위기에 몰렸던 패딩 업체 몽클레르그룹은 한·중·일 아시아 지역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에서 화려하게 데뷔하는 성과를 냈다. 몽클레르는 올해 상반기에도 아시아 매출(896억6000만원)이 작년보다 38% 늘어났다.
현대백화점에서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프리미엄 패딩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8.2% 급증했다. 올해도 8월에 이미 몽클레르 제네브리에(257만원), 자코브(227만원), 플래므(207만원) 등 인기상품 일부 사이즈가 품절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브랜드 폭이 넓어지면서 가격대도 높아졌고, 현재까지 판매량 추이를 보더라도 올해 프리미엄 패딩 총 매출은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며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점하고 인기브랜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고가 패딩을 카피한 짝퉁 제품 유통사가 적발되는가하면 제품을 갖고 싶어 경제력이 안 되는 부모님을 조르는 청소년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서울 강남 모 초등학교는 애초에 위화감 조성을 막기 위해 지난 11월 고가 패딩 브랜드 착용을 자제해 달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했다. 중고 물품을 파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 패딩과 관련한 사기 범죄가 급증하거나 청소년들의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명품’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마케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남성 패션지 관계자는 "청담 패딩’ ‘프리미엄 패딩’ 같은 용어를 쓰자 소비자들이 패딩을 마치 ‘샤넬’이나 ‘루이뷔통’처럼 받아들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패딩 소재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수백만원짜리 패딩의 열풍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갈등관리전문가 김미리씨는 “유행에 민감하고 자기과시적 소비를 하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원하는 걸 모두 해주는 게 부모의 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1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이 학생에게 사치라는 걸 알려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또래집단의 유행을 따라가 소속감을 가지려는 시도와 함께 과시소비를 통해 튀고 싶은 욕망을 다른 곳에서 표출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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