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인사청문회는 제16대 국회 때 처음 도입된 제도로,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데 적합한 업무 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국회에서 검증받는 제도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 및 대법관은 청문회 이후 국회의 임명 동의가 꼭 필요하다. 장관이나 법에 명시된 기관장들은 청문회는 거치되 그 이후의 국회 인준은 특별히 필요 없다.
이 청문회 제도 시작 이후, 김대중 정부 때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시작으로 지난 7월 정성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까지 총 16명의 후보자들이 낙마했다. 업무 능력 검증보다는 도덕성을 더 강조한 청문회이고 보니, 누구든 관직에 오르려한다면 도덕성에 흠이 가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청문회의 메시지이다.
그러다 지난 6월에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역사관이 논란의 쟁점이 되어 좌우 양 진영의 첨예한 대립도 있었다. 대통령이 지명한 각료 후보를 흠집을 내야만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처럼 되어, 흠 없는 각료를 찾기도 힘들고 각료 후보로 선뜻 나서겠다는 사람도 드물다. 각료 후보가 되면 껍질을 다 벗기는 청문회이다 보니, 업무 수행 능력은 고사하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임명이 되어도 임기도 없이 나가라면 나가는 소신없는 예스맨으로 전락하게 된다.
대한민국엔 두 부류의 국회의원들이 있다. 한 부류는 박이 터져라 싸우고 부르짖어 당선되는 지역구 출신 의원이고, 다른 부류는 그냥 하늘에서 운 좋게 떨어져 ‘의원님’이 되는 비례 대표 의원들이다. 비례 대표제의 본래 목적은 직능별로 대표를 뽑아 대의를 고르게 대표하자는 뜻이었지만, 당 지도부가 당의 충성도와 공헌도를 참작하여 주는 횡재로 전락했다.
김영삼 정부를 시작으로 하는 민주화 이후엔 민주화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위로금 식으로 비례대표 의원 자리를 나눠주는 형식이 되었다. 전두환 정권에 맞서 시국선언을 했던 어느 대학 교수는 학교를 떠나 고생하다가 갑자기 생각하지도 않게 ‘의원님’이 된 사례도 있다. 이러다 보니, 정부에 맞서 싸우던 전대협 출신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의원님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정부에 대해 막말을 하면 의원 자리가 저절로 생기는 줄 아는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쌍욕을 하는 여대생까지 있고 보니, 이 비례 대표제는 분명 잘못 운영되고 있다.
최근 일어난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대리운전기사 사이의 폭행 사건의 중심에는 김현이라는 전대협 출신의 비례대표 의원이 있다. 폭행 사고 후 엿새나 잠적해있던 그녀는 마지못해 예고 없이 경찰서에 나타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의 변명만 했다. 학창 시절, 데모 주동자들은 선동한 후 즉시 대피하곤 했었다. 즉 그녀는 치고 빠지는 식 그대로를 재현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하지 않았다지만, 시민들에게 반말하는 이러한 비례대표 의원들은 어디서 검증을 받는가? 세월호 단원고생 유가족에게는 위로의 술을 사주고, 갈비뼈까지 부서진 대리기사에겐 따뜻한 위로의 사과는 고사하고 폭언이나 퍼붓는 그녀는 안산 단원구 갑을 자신의 차기 지역구로 하려는가?
이들 54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제도가 전혀 없다. 이런 사람들이 각료의 자질을 검증한다니 국민 모두가 웃는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국회의 자기모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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