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가족여행이나 출장길에 오를 때 비행기를 탄다. 항공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지만 비행기를 탈 때마다 왠지 불안하다. “혹시 이륙 후 사고라도 나면…”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항공기 사고로 목숨을 잃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쯤 궁금해 해봤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항공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1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번개에 맞아 죽을 확률(50만분의 1) 보다 훨씬 낮은 것이 비행기 사고라고 하지만 잊혀질 만하면 터지는 항공기 사고 소식에 여행객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발생한 암스테르담 발 쿠알라룸푸르 행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격추사건, 지난 3월 남인도양 한가운데서 일어난 쿠알라룸푸르 발 베이징 행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실종사건 등 몇몇 굵직한 사고들은 일반인들에게 항공기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최근 대한항공·아시아나 등 국적 항공사들의 ‘안전 불감증’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 OZ214편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18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참사 이후 항공기 안전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아시아나 사고는 미주 한인사회 전체를 엄청난 충격과 허탈감에 휩싸이게 했다. 한인들은 사고로 처참하게 부서진 국적기의 모습을 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피해자들의 육체적·정신적 회복을 위해 기도하면서 한편으로는 미 주류사사회가 한국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우려했다.
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원인을 최종 정리하는 회의에서 ‘항공기 하강 과정에서 조종사의 속도에 대한 적절한 관찰 부족, 회항 판단 지연’을 사고 추정 원인으로 지목했다. 아시아나측이 사고와 관련, NTSB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을 약속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이후에도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시아나와 관련된 안전 해프닝이 잇따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사흘 후인 지난 4월19일 승객 242명을 태우고 인천 공항에서 사이판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OZ603편 여객기가 엔진 이상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목적지까지 4시간 동안 비행을 강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지난 6월1일에는 인천을 출발해 파리로 향하던 여객기가 이륙 직후 엔진 관련 오류 메시지가 떠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왔다. 6월17일에는 시애틀 행 화물기가 인천공항 이륙 전 좌측 쏠림현상이 나타나 갑자기 활주로에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고 6월22일에도 인천에서 LA로 향하던 여객기에서 엔진 이상이 감지돼 긴급 정비를 위해 일본 하네다 공항으로 회항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기체결함 등으로 인한 결항·회항·출발지연 사태는 최근 보고된적 없지만 지난달 일부 조종사들이 장거리 비행 후 시차로 인해 잠을 거의 못잔 상태에서 다시 항공기에 탑승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사측에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1년, 아시아나는 올해 8월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첨단 여객기 A380을 도입하며 자사의 특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새 비행기를 들여와 더 편안하고 쾌적한 경험을 고객에게 선사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안전’이다.
국적항공사의 잇따른 안전 관련 해프닝은 경영진의 무리한 수익성 추구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고품격 서비스는 아무 의미가 없다. 국적항공사들은 말로만 안전 제일을 외치지 말고 고객의 불안감 해소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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