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창 / CA 뱅크 & 트러스트 윌셔 지점장
미국경제가 지난 7년간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이제 회복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경제침체가 오면 다들 위기를 피할 수가 없다. 탑 5 투자은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금융위기에 164년 전통의 리만 브러더스는 7,000억 달러의 부채로 사라졌고 베어 스턴즈는 체이스에 헐값에 매각됨으로써 명맥이 끊기고 자취를 감추었다.
골드만 삭스는 워런 버핏이 빌려준 급전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했었고, 모건 스탠리는 미쓰비시 그룹의 전략적 돈질로 숨통을 틀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은행, 메릴린치는 어떻게 위기를 감당했었나?메릴린치는 당시 악성 모기지 채권만도 300억 달러에 달했었다. 이에 해결사로 등장했던 인물이 존 테인 전 골드만 삭스의 공동사장이었다. 그의 주 임무는 회사를 살리는 것, 악성채권들을 없애는 것이었다.
바이어를 물색했다. 워낙 규모가 커서 찾을 수가 없었지만 단 한 군데가 가능했다. 바로 ‘론스타’ 그룹, ‘기업사냥꾼’이었다.
상대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그들의 공격은 단호했다. 엄청난 양보 후에야 최종합의에 도달해, 300억 채권을 단돈 60억 달러에 팔기로 결정했다.
무려 80%의 디스카운트이다. 더군다나 60억 달러 중 50억은 오너 캐리니까, 바이어가 부담한 현금은 단돈 10억 달러. 결국 10억 달러 현금을 받고 300억 달러의 모기지 채권을 팔아버린 것이다.
왜 그 가격에 팔아야만 했을까? 만약 그때 안 팔렸다면 아마도 수백의 유관업체들과 10만의 직원들, 수 천억 달러의 투자자금, 펜션펀드는 다 날라가 버렸을 것이다.
존 테인, 그가 던진 ‘마지막 승부수’ 덕에 메릴린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로 팔려갈 수 있게 되었고, 고객과 직원들은 모두 살아남게 되었다. 초창기에는 어려웠지만 메릴린치 덕에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수익성은 이제 고공행진을 누리고 있다.
리만은 사라져 버렸다. 딕 펄드 리만 회장은 타협을 끝내 거부하며 끝까지 자신이 받을 가격을 고집했었다. 당시 헨리 폴슨 재무장관, 팀 가이트너 뉴욕 FRB 총재, 밴 버냉키 FRB 의장의 압력에도 불구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의 주장이 너무 강했었기에 타협은 불가능했다.
위기가 오면 대개는 자신의 당위성과 주장만 고집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다가 상황이 악화되어 결국은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리만 브라더스처럼.
존 테인의 승부수는 ‘상대방의 시각을 통하여 전체 그림을 보는 것’이었다: 위기에 처한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생명의 밧줄은 내가 가져온 것이 아니고, 상대방이 던져주는 것이다.
그가 끝내 자기주장만을 고집한 나머지, 상대방의 마음도 못 읽고 전체 그림도 볼 수 없었다면 위기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는 기업들, 재기를 바란다면 ‘내 고집’은 버려야만 할 것이다. 끝까지 발버둥 치면 더 깊이 가라앉게 된다. 손에 쥔 것을 놓아야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그 순간 상대방은 팔을 벌릴 것이고 그 손을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손을 잡는 그 순간 위기는 사라지고 재기의 발걸음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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