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간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미연합회와 민족학교 등 한인단체들은 한인후보들이 출마하는 지역에서 한인 유권자들이 꼭 투표에 참여하자는 막바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투표를 왜 해야 할까?
투표를 통해서 주류사회에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정치력을 신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한인사회의 권익을 위해 우리가 원하는 후보와 정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낙서를 지우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해 도로건설, 교육·경제·이민정책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서 정치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다. 정치력이 없을 때 우리의 권익은 무시당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정치력이 없었던 미주 한인사회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 1992년 LA 폭동은 미주 한인 이민사상 가장 혹독한 시련을 안겨 준 사건이다. 2,800여명의 LA 한인들이 4억달러의 재산피해를 입고 이재성(19)군이 타운을 지키다 목숨을 잃었는데도 한인사회는 우리의 아픔을 호소할 곳이 없었다.
타운을 지켜야 할 경찰은 폭도를 피해 달아나기 급급했고 정치인들은 피해 한인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리커가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억지 주장으로 이들의 복구작업을 방해했다. 주류언론은 한인사회가 폭동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흑갈등으로 폭동을 야기한 가해자인 양 편견에 찬 보도를 일삼았다. 당시 우리의 형편을 알고 한인 커뮤니티의 권익을 대변할 정치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항상 표를 의식한다. 그래서 선거시즌만 되면 유권자들에게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대적인 TV 캠페인을 펼치는 것은 물론 가가호호 방문해 유권자와 악수하면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 예로 최근 정치 1번지인 워싱턴 지역에서 한인 등 소수계 유권자들의 수가 선거 당락에 영향력을 미칠 만큼 급증하고 있어 북버지니아 지역 후보들이 아시아계 유권자 표심에 앞다퉈 호소하고 있다고 공영방송 NPR이 보도했다.
올해 미주이민 111주년을 맞은 한인사회는 눈부신 경제성장에 걸맞은 정치력 신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폭동이 일어났던 해에 김창준 당시 다이아몬드바 시장이 최초의 코리안 아메리칸 연방하원의원이 된지도 22년이 지났다. 그동안 임용근 오리건주 하원의원, 신호범 워싱턴주 상원의원, 정호영 가든그로브 시의원, 강석희 어바인 시장, 미셸 스틸 박 가주조세형평국 부위원장, 마크 김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등을 배출하는 정도 외에 미주 한인사회는 정치계에서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 미셀 박 스틸 전 조세형평국 부위원장이 오렌지카운티 제2지구 수퍼바이저로 나서 남가주에서 최초의 한인 수퍼바이저를 기대하고 있으며 영 김 보좌관이 65지구 주 하원의원으로 출마해 남가주에서 36년만에 한인 주 의원이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석호 어바인 시장이 재선에 나서는 등 가주에서 10여명의 한인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으며 미 전국적으로 20여명의 한인 후보가 주류정치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공화당의 조시 부시 후보보다 전국 득표수에서 50만표 더 많았지만 선거인단 숫자에서 271 대 267로 밀려 대통령 당선에 실패했다. 당시 앨 고어가 미국에서 세 번째(25명)로 많았던 플로리다의 선거인단을 차지했다면 승리가 가능했다. 플로리다 개표의 최종 결과는 고작 537명 차이였다. 당시 마이애미 등 플로리다의 한인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해서 앨 고어를 지지했다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2007년 베트남계 자넷 누엔 오렌지카운티 제1지구 수퍼바이저는 단 7표차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기자는 지난 1989년 시민권 취득 후 출장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표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미국 정치에서 유권자 한 표의 위력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투표하는 나 하나’로 인해 미국의 역사가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투표장에 가지 말라고 해도 갈 것이다.
peterpa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