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 <공인회계사>
한국에서 문건 하나가 유출되었다고 난리들이다. 청와대 내부의 비밀 자료라고 한다. 세상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내용이 담겼었나 보다.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내 머리로는 뭐가 뭔지 모르겠고, 사실 뉴스 분량만큼의 관심도없다.
내가 정작 관심을 갖는 것은 며칠 전에 공개된 미국 IRS 문건이다. 모두 해외 금융재산 보고(FBAR, OVDP)와 관련된 내용들. 그 파급 효과가 아주 아주 크다. 왜냐하면 그동안 IRS가 비밀로 했던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IRS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우리가 알아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답을 알면 문제 풀이가 쉬워지지 않을까.
다른 IRS 케이스들과 달리 해외자산과 관련된 것은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그래서 손님들은 물론이고 회계사들조차 확신을 갖고 일을 할 수 없었다. 고작해야 다음 달 LA 어디에서 IRS가 해외자산과 관련된 직원들 몇 십명을 교육한다고 하더라, 그런 정도의 소문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에 IRS에서 쓴 내부 직원들 강의 교재와 여러 가지 문건들이 뭉텅이로 외부로 빠져나온 것이다. 총 6,500페이지나 된다.
그 중 한 가지가 보고 누락의 ‘고의성’에 대한 판단기준들이다. 해외자산보고의 핵심은 결국 고의성 여부. 일부러 재산을 숨기고 고의적으로 신고를 누락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이 상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이 볼 때는 비슷한 케이스인데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바로 FBAR와 OVDP다.
회계사가 하지 말라고 해서 보고를 안했다면, 일단은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회계사가 그렇게 답변했다는 분명한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 회계사에게 한국 재산에 대해서 전부 알려줬는데도 회계사가 그것을 (실수든 고의든) 빠뜨렸다면. 그것도 일단은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이 증명 책임도 손님에게 있다. 그것도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그런데 사람이라는 것이 참 이상하다. 분명히 그 문건을 보내준 변호사가 어떤 내용은 검은색으로 지워져서 볼 수 없다고 이미 말을 했는데, 나는 사무실에 앉아서 이리저리 돌려보고 불빛도 비춰보면서 혹시 뭐라도 보일까 찾고 있었으니 말이다. 행여나 그러고 앉아있는 내 모습을 누가 몰래 봤다면 얼마나 우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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