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실종된 한국인 김모군의 행방이 2주일 넘게 파악되지 않고 있고 필리핀에서 한국인 4명이 납치됐다 나흘만에 풀려나는 등 해외에서 범죄 및 테러위험이 고조되면서 재외국민 보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국회에서는 재외국민 보호법이 3년 가까이 낮잠을 자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6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재외국민 보호법 제정안은 총 5건에 달하고 있지만 국회의 무관심에다 관련 부처들도 업무부담을 이유로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재외국민 보호관련 법률들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 법안들은 ▲대통령과 외교부 산하에 재외국민 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재난발생 때 재외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예산 및 기금 마련 ▲재외공관장은 필요 때 해당 국가의 관계 수사기관에 공정하고 신속한 피해자 구제와 보호를 요청하도록 하고 ▲재외공관장은 관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연도별 재외국민 보호집행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하는 등 대부분 19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발의된 법안들이다.
당시 제18대 대선 재외국민 투표등록 마감을 앞두고 2012년 7∼9월에 집중적으로 발의돼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이후 국회 내 해당 상임위윈회인 외교통상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아직까지 먼지만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국회에서는 법안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가 책임의 한계, 재외국민의 범위, 인력과 예산문제 등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상황 때문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고, 외교부는 영사의 업무가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데 부담이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여야를 초월해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면서도 “외국의 주권과도 관련되는 부분이 있어 법리적으로 충돌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김성곤 의원은 “재외국민의 의무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는 처리할 계획”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재외국민 보호에 법적 한계가 있고, 법이 제정되면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도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법리적 문제, 권리와 의무의 균형, 조직과 인력 등 인프라가 법을 지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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