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살 나이에 PGA 투어 첫우승한 제임스 한
▶ ‘눈물젖은 빵’ 먹으며 먼길 돌아 마침내 우승
제임스 한의 우승이후 가족들과 식사를 하러 간 한병일씨와 소피아씨(왼쪽부터)가 친지들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제임스의 고모부 이용씨와 사촌형 마이클 리씨.
한병일*소피아 부부 “태어날 손녀가 복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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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우려가 한번에 날아간 것 같습니다”.
한병일씨와 한 소피아씨는 22일 퍼시픽 펠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 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노던 트러스트 오픈 마지막날 4라운드 경기를 탄성과 탄식을 번갈아 하며 지켜봤다.
아들 제임스 한(한국명 재웅) 씨가 4라운드 합계 6언더파로 경기를 마친후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7언더파를 달리고 있어 우승이 멀어지나 한 순간 가르시아가 17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6언더로 내려가 4명이 공동 1위가 되면서 희망을 가졌다.
결국 제임스 한을 비롯한 3명이 공동 1위로 경기가 끝나고 플레이오프가 펼쳐지면서 가슴졸이며 지켜보던 이들은 차마 경기장면을 쳐다보지 못했다. 연장 3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끝에 제임스 한이 우승을 한 순간 지난 30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이들을 스쳐갔다.
“아마도 3주후에 태어나는 제임스의 딸이 복덩이 같다”는 한병일씨는 “보통 체력으로 견디지 못해 7주이상은 경기에 연속으로 참가를 못하는데 제임스가 이번에는 3주후에 딸이 태어날 때까지 아내옆에 있으려고 8주째 경기에도 무리해서 참가했는데 우승을 차지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우지 못했다.
제임스 한은 서울에서 태어나 1살때 오클랜드로 이주했다. 부모 한병일씨와 소피아씨는 오클랜드 갈브레이스 골프장(현재 메트로폴리탄 골프장)에서 연습장과 카페테리아를 시작했다.
한씨는 “당시 먹고 살것을 찾다가 하게 된 비즈니스를 위해 제임스보다 2살 많은 큰아들 톰과 제임스를 사업장에 데려나와 데이케어 보내는 식으로 골프를 배우게 했다. 당시 제임스의 나이가 4살 이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2형제는 골프에 소질을 보였다. 제임스는 UC 버클리에 진학을 했고 골프팀에서 활약하며 미국학과 광고학을 전공했다. 한병일씨는 “첫째 톰이 더욱 소질을 보였지만 대학교때 선교여행을 가면서 프로골퍼로의 길을 포기하고 PGA 티칭프로 클래스 A 자격증을 따서 현재는 중국 후난성 대학에서 골프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후 짧게 골퍼로 활동했지만 돈이 많이 드는 골프선수의 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고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월넛 크릭에 있는 노스트롬에서 여성 구두 세일즈맨을 하기도 했고 부동산 라이선스를 따서 1달, 융자인으로 1주일 정도 일을 해보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후 전공을 살려 광고회사에 들어갔지만 “내가 가장 잘 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골프”라는 생각에 다시 골프채를 쥐었다.
2006년 본격적으로 골프를 다시 시작한 제임스는 그해 본보 주최 ‘북가주 백상배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2007년에는 한국으로 건너가 코리안 투어에서 뛰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2008년부터 2년간 캐나다 투어에서 뛰며 2승을 거두고 2010년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해 PGA 2부 리그인 내셔널 와이드 투어(현 웹캠투어)에 진출했다. 캐나다투어 당시 제임스 한은 골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묵던 호텔 방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일자리를 구했다는 일화도 남겼다.
이런 상황에서도 2010년에는 오클랜드 어린이 병원 로고를 달고 활동하며 버디를 잡을 때마다 기부금을 적립하는 선행도 펼쳤다.
2부투어에서 상금랭킹 상위권을 지켜 마침내 2013년 대망의 PGA 투어출전권을 따냈다.
그러나 그를 제대로 본 사람들은 없었다. 나이가 많고 재능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제임스와 부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0.2% 부족으로 우승이나 상위권을 지키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0.2%를 메꾸기 위해 노력했다.
2013년 페블비치 AT&T 프로앰에서 공동 3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해 그의 상금랭킹은 110위, 지난해는 123위로 하위권으로 겨우 투어카드를 지킬 정도였다. 그러나 65번째로 참가한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120만달러를 받고 매스터스에도 초청받았다. 앞으로 2년간은 출전권 걱정없이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제임스 한은 경기 후 CBS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놀랍다"며 "이렇게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감격에 벅차했다. PGA 투어 공식 프로필에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2013년 피닉스 오픈 마지막 라운드 16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싸이의 ‘강남 스타일’ 말춤을 추면서 화제가 됐다. 현재 PGA투어에서 뛰는 UC 버클리 출신은 4명. 제임스가 첫 우승자다. 학교측은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10대나 20대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먼 길을 돌아서 눈물젖은 빵을 먹으며 도착한 이자리가 제임스에게는 이제 시작이다. 제임스는 22일 출산을 앞둔 아내가 있는 애리조나주 스캇츠데일로 돌아갔다.
2년전 결혼한 스테파니의 출산 예정일이 3주 후다. 3주동안 아내곁을 지키며 앞으로의 미래도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3주가 지나면 제임스의 화려한 인생 2막이 새로 열릴 것이다.
<홍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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