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 <공인회계사>
전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세금과 관련된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들이다. 방금도 그런 전화를 받았다. 오죽 답답하면 전혀 모르는 회계사에게 물어볼까. 그래서 최대한 성의 있게 답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하나마나한 답변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오늘은 그에 관한 말을 하고자 한다.
방금 받은 전화도 그렇다. “w-2가 3만 달러다. 얼마나 돌려받나요?” 이런 질문에 속 시원한 답을 줄 수 있는 회계사가 있을까? 있다면 내 세금보고도 그 분에게 맡기고 싶다. 문제는 충분한 정보도 주지 않으면서 해답은 정확한 것을 요구한다는데 있다. 하긴 궁금한 것은 있는데 그렇다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개인적인 정보를 알려준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뭘 좀 알아야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병원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서 배가 아픈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대책 없이 묻는 것과 똑같다.
결혼을 했는지 자녀가 있는지, 아니면 세금을 얼마나 뗐는지도 모른 채 정답을 맞혀보라고 한다. 그래도 전화를 하도 많이 받다보니 이젠 나도 제법 눈치가 생겼다. 전화 목소리를 듣고 애들이 있을 나이인지, 아니면 대학 학자금 공제를 받을 자녀가 있는지 넘겨짚는다. 그러나 그렇게 추정을 해서 하는 답변이 얼마나 정확하겠는가.
한 가지 더. 요새 부쩍 늘어난 질문에 이런 것도 있다. “한국에서 50만 달러를 어떻게 갖고 오죠?” 그런 완벽하고 기막힌 방법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나는 금방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 돈이 어디서 났으며, 그동안 세금보고는 어떻게 했는지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정확한 정보 없이는 정확한 답변이 나올 수 없다. 그러나 누군지도 모르는 손님들은 우선 자기변호부터 한다. 내가 IRS 감사관도 아닌데 억울하다면서 화부터 낸다.
물론 나에게 내는 화는 아니지만 나는 멈칫 할 수밖에 없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질문과 관계가 없는 고생한 이민 이야기를 듣는 것도 사실 고역이다. 하긴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러나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도 숨기면서 한국에서 세금 문제없이 돈 갖고 오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할 때는 말문이 막힌다.
처음엔 이런 익명의 전화 질문에 상처도 받았다. 그러나 이제 내성이 생겼나 보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전화를 툭 끊어버려도 그러려니 한다. 세상에 이해 못할 일은 없지 않은가.
다만 영혼 없는 뻔한 답변을 듣고 싶지 않다면, 최소한 기본적인 정보는 밝혀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으로부터 받아내는 것은 대부분 상대방의 배려라기보다는 나의 능력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뜻한 영혼이 깃든 확실한 해답을 주는 상담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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