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내려놓으면 더 많은 것이 되돌아온다
▶ ‘도덕적 책임감’은 리더의 최우선 덕목
2008년 글로벌어린이재단 사무총장 시절, 공부방에서 일일엄마 노릇을 하며 아이들과 음식 만들어 먹는 모습. 정경애 회장은 13년간 글로벌어린이재단을 섬기면서 리더로서 고된 훈련을 받았다고 밝혔다.
불우아동사역 13년, 나눔의 참뜻 깨달아
SF흑인지역 커미셔너로 복지개발에 힘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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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장은 결코 녹록하지 않는 자리이다. 더욱이 전현직 단체장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평통에서 자문위원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소통의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물과 기름처럼 융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3년 SF협의회 평통회장에 오른 정경애<사진>씨는 각 지역 부회장체제로 그들의 책임감을 높였고 조직이 실질적으로 움직이도록 힘썼다. 그가 한인사회 대표단체의 수장이 되기까지는 글로벌어린이재단에서 익힌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남을 세우면 나도 가치로워진다
정 회장은 수많은 여성회원들과 동역한 글로벌어린이재단 13년의 세월이야말로 ‘나를 깨는 과정’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며 봉사를 꺼리나 부족한 사람들은 문제를 일으켜도 봉사하려는 마음이 있었다”며 “그 마음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시간이 갈수록 체득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성과지향적 사고에서 사람중시 가치관으로 바뀐 것은 ‘세월이 준 지혜’라고 말했다. 정 회장 “글로벌어린이재단 총회장 시절 회원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회원들 방을 일일이 찾아가 머리숙여 인사했다”면서 “리더가 되면서 나를 내려놓고 모든 사람과 함께하는 길을 걸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자신의 기대에 못치면 못마땅해하고 문제를 일으키면 듣기싫은 소리도 나서서 했지만 세월은 그에게 남을 먼저 세워주고 사람마다 ‘쓰임’받을 수 있도록 존중해주는 리더로 키워주었다.
■아이들 눈망울이 가슴에 밟혀...
“굶주린 아이들을 제자식처럼 사랑하겠습니다.” 이 말은 정 회장의 평생 사명이 됐다. 2000년 SF에서 글로벌어린이재단(구 나라사랑어머니회) 지부가 창립되던 날 얼떨결에 회장 후보로 나서 밝힌 이 포부가 그때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말이 될 줄 몰랐다. 글로벌어린이재단은 1997년 IMF로 한국에 배곯는 아이들이 많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미주지역 어머니들이 마음을 모아 세운 봉사단체이다.
정 회장은 “절망과 실의에 빠진 아이들의 눈망울이 밟히고 가슴 한켠 체기로 남아서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은 미래를 밝히는 길이라 믿었다”고 답했다.
그런 마음으로 SF지부 회장(2000-2003년)을 거쳐 사무총장(2003-2008년), 총회장(2009-2012년)으로 글로벌어린이재단과 세월을 함께했다. 정 회장은 “나는 글로벌어린재단에서 혹독하게 리더십을 훈련받은 것 같다”면서 “특히 나를 아껴주신 방숙자 전 이사장님의 격려와 지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녀 학교일로 동부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새벽에도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운전해서 달려오는 방숙자 이사장 내외에게 리더의 자세를 배우면서 한사람 한사람 회원을 섬기는 목자의 리더십이야말로 글로벌어린이재단을 이끌어온 뿌리란 걸 느꼈다.
정 회장은 글로벌어린이재단 봉사 공로로 2009년 마틴루터킹 시빅 커뮤니티 봉사상을, 2011년 찰스랭글 뉴욕 연방하원의원으로부터 미 연방의회 공로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도 글로벌어린이재단 이사로 재직하며 불우아동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흑인사회 중심에 서다
76년 도미한 후 80년도 가정주부로 CPA자격증을 취득한 정 회장은 SF 흑인 저소득층이 모여사는 3가 지역에 사무실을 오픈했다. 그의 주 고객은 80%가 흑인. 2008년 어느날 정 회장은 낯선 사람의 방문을 받았다. 그는 바로 토예 모세 SECFC(Southeast Community Facility Commission) 커미션 디렉터로 정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정 회장을 SECFC 커미셔너로 불러낸 사람이다.
그는 ‘못한다’는 정 회장의 거절에 불구하고 ‘맡아주길 바란다’고 정 회장을 끊질기게 설득했다. 정 회장은 고심 끝에 한인들의 주류사회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
2013년에는 SECFC 커미셔너 7명중 유일한 아시안인 정 회장이 위원장에 선출돼 4년간 이 지역 주민교육, 직업훈련, 보육서비스, 장애 복지, 경제 등의 개발 및 개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재정 투명은 리더의 생명
리더로서 그가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은 바로 ‘도덕적 책임감’이다. 공금사용의 투명성뿐만 아니라 리더의 처신 하나 잘못으로 단체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 한인단체의 분란은 투명하지 않는 재정에서 오기 쉽다”면서 “재정 논란이 한번 일어나면 조직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언급했다.
정 회장은 “여성 리더십은 온유하고 부드럽지만 정직하고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면서 “정치적 야심보다는 자기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순결한 리더십”이라고 평했다. 남성보다는 유연성, 갈등조정의 리더십, 동역의 하모니 능력이 높아 조직 전체의 시너지를 이끌어낸다고 답했다.
그는 여성리더십은 가정 안에서 발휘될 수 있다며 다민족 미국사회에서 글로벌리더로 자녀를 양육하려면 한인정체성 교육과 더불어 각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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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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